지난 주말 아이들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 ‘팬’을 봤다. 어린 시절 최초로 본 컬러동화로부터 시작해 어린이 프로그램에 단골로 방영됐던 디즈니 제작 애니메이션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는 피터팬 원작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피터팬이 되기 전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다. 동화 속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엔 늙지 않는 약을 광산에서 캐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납치하는 해적 검은 수염이 있었고, 피터팬은 아직 적이 되지 않은 그의 영원한 라이벌 ‘후크’와 함께 네버랜드를 지키기 위해 해적들과 일전을 벌인다는 줄거리다.

 

동화 속 상상의 나라에서도 아이들의 노동력을 가혹하게 착취하는 어른 해적 일당이 존재하고 그들에게서 아이들과 네버랜드를 지키기 위한 피터팬의 액션은 보는 내내 유쾌하다. 육해공을 누비는 해적선에 총질을 해대는 독일군 비행기의 모습은 자못 우습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화엔 결코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자신은 늙지 않지만 친구들이 나이 들어 죽어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인가?

늘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지만 때가 되면 어른이 되어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운명은 슬픈 것인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몸만 어른을 피터팬신드롬에 빗대곤 한다. 흔히 인용하는 ‘마이클 잭슨’ 같은 사람들이다. 부정적인 의미다. 불안한 현실을 회피하고자 어린 시절에서 나오지 않거나 돌아가 버리는 퇴행이다. 꿈과 환상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존재의 유무나 실체를 아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다. 삶이 힘들다고, 어린 아이 시늉을 한다고 눈앞의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모든 문제는 정면으로 맞닥뜨렸을 때라야 그 실체가 명확히 보이고 그 해결책이 보인다.

 

현실에 결코 발을 떼서는 안 된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은 현실에서 발을 떼는 것이다. 우리는 하늘을 동경하지만 결국 땅바닥을 딛고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피터팬을 동경하지만 피터팬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피터팬은 어릴 적 한 때 동경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동화 속 이야기여만 하고 어른이 된 우리는 당연히 잊어버리는 것이 맞다. 정 만나고 싶으면 꿈속이나 이처럼 영화에서 보면 된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유쾌한 시간이기는 하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다. 깔깔대며 재미있다고 신나게 웃어 제치는 애들처럼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없는 어른의 현실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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