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니는 큰 놈이 기말고사에 수학을 78점 맞았다고 자랑한다. 저번 시험보다 30점이나 오른 기록적인 점수다. 오랜 시간동안 50점 이하의 저조한 점수에 익숙하게 보다 실감이 나질 않아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점수가 맞아? 혹시 반 평균이 80점 아니냐?” 여러 번 의심과 확인의 절차를 밟고 나서야 겨우 칭찬의 말문을 열었다.

 

공부가,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수많은 책들에 세뇌를 받고자 애를 썼고, 실제 어느 정도 각인이 되었기에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막상 밑바닥을 헤매는 녀석의 성적을 볼 때마다 언짢은 기분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공부가, 성적이 지상명제인 나라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스며든 서열 위주의 평가 방식은 생각도 하기 전에 이미 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르질 않은가?

 

와이프가 뭐라 할 때마다 늘 “냅둬...애들은 노는 게 최고야. 저러다 어느 순간 공부할 날이 올 거야. 닦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

와이프는 태평한 소리한다고 늘 볼멘소리를 쏟아 냈다. 아빠가 관심을 가져야지. 머리가 굵은 아들이 엄마 말은 무시한데나 어쩐다나....

 

마지못한 “공부 좀 해라”훈계 한마디에 자신 없는 말투에 건성어린 대답 “알았어.”로 대충 마무리되기가 일상인 우리 집 풍경.

 

난 오히려 공부하지 않은 것보다 게임에 몰두하는 게 더 꼴 보기 싫다. 아마도 공부에 대한 인문학적인 생각을 허물어뜨리기는 힘들기에 공부하지 않은 이유를 게임에 대한 증오로 투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수학성적에 한껏 고무된 큰 놈에게 무엇으로 보은(?)을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십중팔구 게임머니 좀 올려주라고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긴 하지만.....

 

2015. 12. 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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