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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책방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책과 함께 살고 싶어“
옛날엔 소위 ‘시내’에 가면 대형서점이 몇 개 있었고, 동네엔 작은 동네서점이 있었다. 대형서점은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책을 공짜로 마음껏 볼 수 있는 공간이었고, 문방구를 겸한 동네서점은 잡지나 참고서를 사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또 하나 헌책방은 새 참고서를 팔아 먹고 화보로 가득한 철 지난 잡지나 재미있는 소설을 사보는 비밀 루트였다.
사이즈는 달라도 제 나름대로 포장된 추억을 겹겹이 간직한 서점이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사라지더니 요새는 거의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자본주의 물결을 따라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을 상실한 서점이란 물리적 공간이 편리한 인터넷의 사이버 거래에 사라진 지금, 종이에 활자로 인쇄된 지극히 원시적인 모습의 책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 돌아다니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서점이라니. 그것도 대형서점도 아니고 조막만한 동네 서점이라니 어리둥절하다.
마치 대량생산품에 맞선 맞춤형 주문 상품처럼 보이는 이 서점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구석진 곳곳에 있으며 개중에는 찾는 사람이 꽤 있는 곳도 몇 개 있단다.
이 책은 시골에 내려가 전원주택풍의 서점을 내고 책을 팔고 있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서점들의 동향을 파악해 소개하고 있다.
이 서점들의 특징은 단순히 책 하나만 파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며, 이는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다. 그림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아동서적만 거래하는 곳, 공연 같은 행사를 같이 하는 곳 등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컨셉으로 무장한 새로운 형태다.
이 들의 공통점은 특화된 주제를 끼워 파는 것이며 대부분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꾸린다 한들 결국 주제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장사가 되며 책을 많이 팔아야 유지가 되니 엎으나 뒤집으나 서점은 서점이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서점을 경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돈이 되지 않아도, 책을 찾는 이가 많지 않아도 책에 둘러 싸여 책을 팔고 책에 대해 고민하는 자체가 부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실행에 옮기고 싶은 용기는 없다.
책의 경제학을 따지며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와 달리 직접 현실에 뛰어든 그들의 책사랑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화를 사랑하고, 대우하며, 즐길 줄 아는 저쪽 잘사는 동네의 수준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우리네 척박한 풍토에서 모진 바람을 이기로 피어나는 한 줄기 들꽃처럼 여기 저기 피고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은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다. 문화를 아끼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살기 좋은 세상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서점이 사라진 세상은, 문화가 죽어가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 곳인가!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더 많은 동네서점들이 여기 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길 바라지만 그 서점 주인들이 다 대박나지는 못할 것을 안다. 그러나 최소한 쪽박 차지 않고 생계유지라도 할 수준이 되어 계속 해나가길 간절히 빈다.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좋은 세상에 같이 살고 싶다.
동네서점 파이팅,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