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성찰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살며 겪게 되는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삶을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편이다. 수많은 인생을 다 경험할 수는 없으니 이를 종합하고 분류해서 보편적인 가치를 추려 낸 정화를 읽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책을 읽고자 하는 적극적이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이에 일차원으로 박혀있는 활자를 일으켜 세워 두뇌에 입력시키고 그 다음 마음속까지 다다르게 하기에는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한마디로 독서는 아무나 하기에는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다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는 이는 소수인 것이다.
내게 좋다고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일 수는 없다. 독서 역시 하나의 방법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주위에 독서를 권장하는 편이지만 강요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자식에게는 강요하고 싶었다.
특별히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받았거나, 타고난 재능과 두뇌를 갖고 있지 않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독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본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야말로 독서를 꼭 해야 하는 것이다. 머리가 좋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도 않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남보다 앞서가나 최소한 동일 선상에라도 서있기 위해서는 독서라도 붙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자식들한테 독서를 강요하는 편이었다. 책도 많이 사주고 끊임없이 독려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렇게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줬건만 돌아오는 건 허공의 메아리였다.
“이 좋은 책들을 어릴 적부터 읽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
마음에 와 닿는 좋은 책들을 보면서 자주 읊었던 대사다. 이 후회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희들이 싫으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독서도 즐겨하지 않으며 하루 종일 틈만 나면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다른 방법 말이다.
영화보기!
그렇다. 영화다. 적극적인 독서에 비해 영화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책보다 재미있고 편하고 부담 없다. 활자세대가 아닌 영상세대인 요새 아이들에게 딱 좋은 매체다.
활자를 머리로 해독하고 이해하는 지적과정 후, 다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정서적 과정을 통해서만 효과가 있는 책에 비해 영상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바로 가슴까지 도달한다.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지라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며칠 전 50인치 TV까지 장만했으니 안성맞춤이다. 중2와 초6인 두 아들의 수준에 맞는 영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과거에 감동적으로 봤던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인터넷을 뒤지고, 영화관련 책들을 훑어 봤다. 생각보다 좋은 영화들은 많았다. 선택기준은 이렇다.
첫째,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영화는 제외다.
폭력은 당연하고, 성적인 내용도 아직 성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지나친 자극은 생각을 방해하고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좋은 영향만큼 잘못된 영상이 미치는 폐해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둘째, 다수보다는 소수, 있는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 충분히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하지만 행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셋째, 현재의 안주보다는 미래의 도전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넷째, 나보다는 타인을, 혼자보다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하는 이야기
다섯째, 깊은 사고를 할 기회를 주는 지적이고 과학적이며 철학적이면서도 그닥 어렵지 않은 영화
앞으로 가급적 매일 30~1시간 정도 볼 계획이다. 한 번에 한 편씩 보면 좋겠지만 시간상 무리일 것 같고, 주말에만 몰아쳐 보는 것도 교육적인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아서다.
덕분에 내 독서시간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을 위한 독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식이 잘되면 그까짓 책 좀 덜 본다 한 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과연 이 방법이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거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 사실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좋은 영화 보기 프로젝트. 올해 나 만의 야심찬 이 계획이 꼭 성공하길 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