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 대답 없는 우주에 대답을 던지는 두 지성 간의 대화
최준식.지영해 지음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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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가 이 책을 산 이유

아마 내가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썼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믿고 산 이유는 순전히 지은이의 교수라는 신분 때문이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는 종교에 관한 책을 다수 출간한 종교학 권위자로 그 중 몇 권을 읽은 적이 있기에 신뢰할 수 있었고, 지영해 옥스퍼드대 교수는 잘 모르지만 영국 최고 대학의 교수라기에 믿을 수 있었다.

 

멀쩡한 대학 교수 두 명이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애들과 철이 덜 든 어른들이나 관심을 가질 법한 UFO라는 황당하고도 무계한 주제로 의기투합하여 책을 냈다? 흥미가 확 당기지 않은가?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기에 사이비과학으로 치부되며 학계에서는 금기시하는 이런 허접한 주제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젊잖은 교수 신분에 이 무슨 망동이냐? 라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고 말이다.

 

2. UFO는 존재하는가?

믿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보고서야 믿는 것, 보지 않고도 믿는 것, 보고도 믿지 않는 것.

봤으니 믿는 것은 당연하다.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은 신과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보고도 믿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UFO가 존재함에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 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어떠한 결정적인 증거도 내놓지 못한다. UFO우주선의 실체를 보여줄 수도 없고 외계인을 우리 눈앞에 데리고 올 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신 그들은 지금껏 세상에 나타났던 수많은 UFO사진과 영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90%는 자연 현상 같은 물리적 현상이나 인위적 조작으로 설명되지만 나머지 10%는 분명 우리 눈앞에 잠깐 동안 실재했던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하여 실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UFO를 검색해보면 금방 알 일이다.

 

두 번째로 그들이 내놓는 증거는 수천 명의 UFO피랍자의 증언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UFO에 납치되어 생체실험을 당했다는 것이다. 지영해 교수는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정신이상자도, 사회부적응자도, 사이비종교 신봉자도 아니고 굳이 거짓말로 관심을 받을 이유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는 서로 짜지 않고는 같을 수 없는 일관성이 있고, 직접 겪지 않고서는 묘사할 수 없는 생생함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 똑 같은 일을 똑 같이 겪은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그냥 개인적인 정신이상이나 거짓으로 몰아붙이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다는 것도 분명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재하지만 설명할 수 없다면 안 믿는 것이 맞는 것인가?

 

UFO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정치, 사회적 장악력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외계인의 기술력은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지구의 물리법칙을 비웃 듯이날아다니는 UFO의 비행기록을 보면 분명 외계인의 문명 수준은 우리보다 한참 우월하다. 정부가 자기보다 우월한 존재를 인정한 다는 것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니 당연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최선책인 것이다.

 

또한 이 세계의 절대자로 군림해온 인간이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의 가능성을 인정할 경우 오직 절대자 창조주만을 우위에 둔 인류의 권력과 교만이 붕괴되는 것이니 어찌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인간은 우주에 대한 관심도 아주 멀리 전파로만 조우할 수 있거나 하등한 유기체생물에만 관심을 갖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도 같은 맥락이다. ‘인디펜던스데이화성침공같은 영화를 보면 우리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가진 적대적인 외계인을 아주 황당한 방법으로 싱겁게 이겨 버리지 않은가? 거기에는 외계인의 우월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구인의 가소로운 자존감이 엿보인다.

 

3. 저자의 주장

UFO와 외계인의 정체

UFO 기원설은 세 가지다. 먼 우주에서 왔다. 지구의 땅속이나 해저에 살고 있다. 우리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UFO를 우리 은하계와 안드로메다 저 편 먼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생명체로 생각하지만 두 분은 세 번째를 지지한다. 최교수는 외계인을 우리가 사는 차원과 영계의 중간 쯤에 존재하는 물질과 반물질로 이루어진 생명체로 주장한다. 지구의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그네들의 행동을 보면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UFO가 나타나는 이유와 지구인을 납치하는 이유

먼저 두 교수는 외계인의 지구정복설을 일축한다. 그들의 우월한 문명과 과학기술 수준이라면 그렇게 비밀리에 뭔가를 꾸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영화와 달리 그네들이 맘만 먹는 다면 지구 정복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할 거였으면 옛날 지구인들이 미개한 시절에 했지 굳이 지구인의 과학기술이 발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보다 진화에 앞선 존재라면 사랑과 평화의 존재다. 폭력적인 성향의 유전자가 공멸하지 않고 진화의 끝까지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지구라는 땅덩어리에 침 흘리며 달려드는 외계인의 설정은 지극히 탐욕적인 지구인의 수준을 투사한 결과일 뿐.

 

외계인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구가 현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란다. 외계인의 거주지는 우리와 차원을 달리하는 곳이긴 하지만 광역생태권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 현재 지구가 처한 위기상황을 무시할 수 없어 나타난 다는 것이다. 지구위기의 원인은 환경파괴. 이대로 두면 지구의 종말은 필연적이기에 뭔가 조치를 취하기 위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조치 방법 중 하나가 지구인 납치다.

 

그들은 지구인을 납치하여 생체실험을 하는데 목적은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종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혼혈종을 만드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천의 증언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혼혈종으로 하여금 지구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지, 현 인류를 대체할 신인류를 만들고자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사고범위를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들이기에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 해결책을 찾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만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UFO에 대항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두 학자의 결론이다.

우리의 기술수준으로 그들의 의사에 반해 UFO를 잡을 수도 만날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들의 행태로 보건데 앞으로도 우리 앞에 공식적으로 나타날 일은 없을 것이란다.

그렇다면 그네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 경고를 하고자 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떠한가?

 

산업혁명 이후 막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의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했고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인류의 멸절은 시간문제다. 현재 인류는 이 치명적인 결과에 대해 어떤 효과적인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이었던 미국, 영국, 호주 등 강대국들은 기후변화대응에 소극적이고 이제 막 잘살아보자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하늘은 무너지고 있는데 자기 집안에서 가족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있는 꼴이다.

 

저자들은 지구 종말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경제적 요인으로 과생산, 과소비를 지향하지 않으면 몰락하는 시장자본주의

둘째, 정치적 요인으로 정부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지 않으면 선거를 통해 정부를 바꾸어 버리는 민주주의 체제.

셋째, 국제관계적인 요인으로 국가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 간 경쟁 체제 속에서 범국제적 기후협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민족주의 체제.,

 

두 분의 의견도 그렇지만 내 생각 역시 이 세 가지 체제가 하루 이틀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 체제가 정립되는데 수백 년이 걸렸는데 바뀌는 데도 당연히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지구의 환경이 그 때까지 기다려 줄지다. 인류가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인류의 생존을 위해 공동협력을 할 날이 과연 올까?

 

그러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외계인들은 우리에게 직접 나타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 대응책을 꾸리고 있다는 것이 결론인 것이다. 물론, 그들의 대응책이 우리 인류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우리 보다 우월한 초월적인 존재의 생각을 어찌 가늠하겠는가?

 

4. 마무리

시작은 다소 황당했지만 결말은 아주 비극적인 인류종말로 끝나 버린 UFO와 외계인 이야기.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중간 하다. 내가 믿는다고 없는 존재가 있는 것이 되고 내가 무시한다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인테스텔라미지와의 조우처럼 우리보다 우월한 외계종족으로부터 지구와 인류가 구원을 받을 수는 없을까?

 

이런 거창하고도 장대무변의 우주이야기보다 당장 오늘 저녁 뭘 먹을까? 내일 어디로 놀러 갈까? 퇴직 후에는 뭘 하고 살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 광대한 우주의 스펙트럼과 신비한 외계생명체와의 조우에 비하면 먼지 하나만큼의 무게도 안 되는 이 하잘 것 없는 일상사에 찌들어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인류의 종말이니 우주의 신비니 하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만약 신이든 외계인이든 지구종말을 앞에 두고 절망하고 있는 우리 앞에 나타나 "너희가 지금까지 지은 죄를 사하고 구원받을 이유를 단 한가지라도 대면 구해주겠다" 하고 말한다면 과연 인류는 무엇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까?

 

밤늦도록 책을 본 후 새카만 하늘을 문득 쳐다본다. 공해에 찌든 도시의 밤하늘엔 꺼질 듯 희미한 별 빛 몇 개가 반짝거린다. 어릴 적 어느 날 저녁에 황금빛 UFO가 내 앞에 나타나고 외계인이 내리는 장면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 내게도 그런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가? 아주 특별한 일이.

 

그래....아무일 없을 거야. 다 이야기야. 그냥 재미로만 보면 돼.

내일이면 또 납치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오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릴거야. 내가 책임질 일도 아니잖아. UFO를 본 적도 외계인에 대한 관심도 없고, 이산화탄소도 많이 배출하지 않았어. 인류종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잊어버리는 것 뿐이야.

그저 한여름밤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린애 장난 같은 주제와 황당한 내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는 두 교수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긴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도록 만드는 어두운 결론. 그래서 누군가에게 권하기도 애매한 책. 읽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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