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다독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되는데 쉽지 않다. 아무래도 당분간 신간 코너를 무시해야겠다. 날마다 쏟아지는 신간을 보다 보면 욕심이 나서 자꾸 사게 되고, 읽지도 못할 책을 쌓아 놓기만 하다가 정작 차분히 읽어야 할 책들을 자꾸 미루게 된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독서 이외에는 특별한 취미가 없어 돈 쓸 일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와이프는 모른 척 한다. 그러다 너무 자주 지른다 싶으면 가끔 제동을 건다. 사논 책이나 다 본 후 사라고 말이다. 물론, 못들은 척 한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책도 어차피 돈 주고 사는 물건이기에 책 쇼핑도 심각한 중독이 될 수 있다. 책 구매가 일반 쇼핑중독 보다 낫다고 주장할 하등의 근거도 없다. 옷이나 책이나 다를 것은 없다. 어차피 둘 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생산된 상품인 점은 똑 같다.

 

지식이 담겨서, 지혜를 논한다고 책이 더 고상하거나 상위의 어떤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책 구매를 자제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 쇼핑중독에 포함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읽을 수 있을 정도만 구입해서 읽고 난 후 다시 구입해야 합리적인 소비행위인 것이다.

 

반론도 있다. 옷은 유행이 지나면 못 입고, 전자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구형이 되 버리지만 책은 먼지가 좀 쌓이거나 종이가 약간 바랠 뿐 품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한 달 뒤에 봐도, 일 년 뒤에 뒤적거려도, 십 년 후에 읽어도 상관없다.

 

일단 사놓으면 언젠가는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눈에 띄었을 때 사놔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책을 다시 만 날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잊히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조바심은 십분 공감이 된다. 좋은 책이었는데 일찍 절판되어 버린 책들의 목록을 나중에 확인하면 속이 쓰리다.

 

일단 지르고 책장에 보관만 하다가 한 참 후에 우연히 읽고 사놓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렇지만 결국 손이 안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책이 더 많다.

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절대 앞지를 수 없다. 한 권 읽는 동안 사게 되는 두 권, 네 권의 책은 순식간에 책장에서 번식 하고 만다.

 

“책은 책장에 꽂힌 순간부터 이미 읽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읽지 못할 책을 책장에 모시고만 있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읽어야만 그 것은 책이다.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은 책이 아니다. 그냥 의미 없는 종이 묶음이다. 아울러, 쇼핑중독 폐해의 결과이자 증거 일 뿐이다.

 

이제 필요한 책만, 그것도 당장 읽을 수 있는 것만 사련다. 쓸데없이 쌓아두고 미루며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 지금 바로 읽는 책으로 충분하다. 지식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버리자. 책에 대한 집착도 버리자. 내가 갖고 있는 저 책들은 충족될 수 없는 욕심의 징표일 뿐이다. 가볍게 살고 털어버리자.

 

새삼스럽게 이 말이 생각난다. 비워야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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