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대필 작가가 되었다.

사단의 원인은 와이프다. 뒤늦게 대학에 편입한다고 향학열을 불태운 결과를 고스란히 내가 뒤집어쓰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각종 자료를 정신없이 이리 저리 짜깁기 하면서 영혼 없는 글쓰기를 몇 시간 했더니 엄청난 피로감이 엄습한다.

 

내가 느낀 생각을 두서없이 적는 것과 논문형식의 글을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리뷰나 감상문은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어필하면 되기에 부담 없이 써내려 갈 수 있지만 논문은 논리적인 형식에 맞추어 일관된 논지와 그에 맞는 논증을 펼쳐야 하기에 논리력을 필요로 한다.

 

간단한 리뷰나마 썼다고 자부했건만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하니 KO패다. 같은 글이지만 전혀 다른 글이다.

역시 내 체질은 자유롭게 갈겨쓰는 짧은 감상문이지 딱딱한 논설문이 아닌 걸 깨달았다. 글쓰기의 핵심은 글쓴이의 마음이지 머리가 아닌 것이다. 가슴이 울리는 글을 쓰는데 필요한 건 솔직함, 진정성과 약간의 글 솜씨며 차가운 이성과 풍부한 지적능력은 선택사양이다.

 

자기 숙제를 나한테 떠미는 와이프를 뒤에서 욕하며 자판을 치고 있으려니 행복한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차라리 설거지나 청소하고 말겠다. 미치겠다. 이걸 언제 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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