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이 있다.

취향에 따라서 보는 데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싶지는 않다. 쉬운 책은 나쁘고 어려운 책은 좋다 라는 이분법도 아니다. 쉬운 책을 보며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고, 재미로 읽는 것도 좋다. 내 수준에 비해 어려운 책을 무리하게 보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독서의 흥미를 잃는 것 보다 나을 것이니까.


그러나 내게 독서는 ‘재미’나 ‘스트레스 해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게 독서는 ‘도전’이다. 다소 거창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나태한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도전이요, 내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몸부림치는 도전이요, 이를 악물고 덤벼 기어이 쓰러뜨리고 싶은 목표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허구헌 날 들여다본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 책들을 비싼 돈 주고 스트레스 받으며 쳐다보는 나를 주변 사람들은 딱하게 바라본다.

그래도 난 좋다. 어려운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게 되며 마치 올림픽 게임에 참여하는 국가대표 선수마냥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휘몰아친다. 저 놈을 내가 기어이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는 내 두 눈에 쌍불을 켜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부족한 지식수준과 약한 의지는 금방 장벽에 부딪치고 만다. 금방 정복될 거였으면 어려운 책도 아니리... 한 방에 떨어지고 두 방에 나가자빠져도 결코 포기하진 않으리.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나폴레옹의 사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불가능은 없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도 가끔은 있기에 긴 호흡으로 돌아 선다. 비록 지금은 내가 후퇴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전진하리라..다짐하며 책장에 꽂아 놓는다. 꽂을 땐 거꾸로 꽂아 놓는다. 먼 훗날 다시 싸울 땐 바로 꽂아 놓으리라 다짐하면서.

오늘도 또 한 권을 거꾸로 꽂아 놓았다. 난 챔피언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백전삼십승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삼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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