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게임이 싫다. 정말 싫다. 싫은 정도가 아니고 증오한다.

이유는 아이들이 게임에 환장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게임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어렸을 적엔 뿅뿅오락실에 열심히 다녔던 적이 있다. ‘갤러그로 대표되는 오락실의 역사에 동참하여 오락실에 빠졌던 동생을 찾아다니다, 같이 빠져 부모님한테 혼나곤 했던 추억이 있다.

, 재수시절엔 저녁밥을 먹고 잠시 휴식 겸 들렀던 오락실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결국 왕을 깨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미쳐 10시까지 앉아 있곤 했다. 공부를 망치고 집에 가는 길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후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에 미칠 것 같았지만 다음날 또 나도 몰래 발길이 가지는 오락실은 김유신이 기생 천관에게 가는 말의 목을 베듯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나의 의지를 비웃는 마의 소굴이었다.

 

그러나 당시 오락실은 분명 오늘의 게임 환경과 많이 다르다. 오락실은 공간적 한계가 분명했다. 아무리 미쳐도 집에는 와야 했고, 오락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공부방에 앉아 있는 시간의 차이는 존재했기에 오락실로 가는 길만 막으면 되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의 발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어이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집이든 학교든 화장실이든 통하지 않는 데가 없으니 눈만 뜨고 있으면 24시간 내내 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만 없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카톡으로 소통하는 요새 아이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물건이니, 생사를 건 싸움을 하지 않고서는 스마트폰을 뺏기가 여의치 않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 자식에게 컴퓨터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어 줬다고 했다. 참 얄미운 사람이다. 그는 아이들을 게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이 땅의 부모들을 힘들게 한 대가로 어마어마한 갑부가 되었다. 그리고 자기 자식만큼은 그 폐해를 피하게 하려는 평범한 부모의 모습을 보였다.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날마다 지근거리에서 보고 있는 아빠의 입장에서 게임에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밉다. 물론, 모든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게임과 스마트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발명된 것 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필요에 의해 생산된 것도 있지만 거꾸로 팔기 위해 필요를 만든 것도 많다. 스마트폰은 분명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컴퓨터의 보급과 전자산업의 발달이 만들어 낸 사생아일 뿐이다. 아무도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 세상에 생겨났고, 있으니 샀고 샀으니 쓸 뿐이다. 이미 만들어진 것에 세상이 맞출 뿐, 애초에 필요한 물건은 아닌 것이다.

 

게임도 휴식을 위한 오락의 하나로서 그 존재이유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매달리게 하는 것으로서는 아니다. 나는 공부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할 시간에 공부하란 소리가 아니다. 게임할 시간에 차라리 나가서 놀면 좋겠다. 컴컴한 골방에 갇혀 스마트폰의 현란한 화면을 쳐다보며 신들린 듯 손가락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퀭하니 빛나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솟는다. 게임과 무언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무조건 게임이란다. 이 세상 어떤 것도 게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 땅의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이 게임 속 가상공간에 빠져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는데도 멍청히 쳐다만 보고 있다. 게임관련 산업이 중요한가? 아이들이 중요한가? 아이들의 게임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가? 미성년자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한 개인이 거대한 게임의 세계와 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와 전국민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되지도 않는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이나 요새 아이들의 성지식에 한참 뒤떨어진 19금 영화 선정 같은 쓸데없는 일은 열심히 하면서 정작 게임 때문에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의 미래엔 관심이 없다. 그러다 말거라나.....

너무 힘들다. 나 혼자 싸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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