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장점은 많다. 지적교양, 정신건강, 자기계발 등등. 독서의 장점에 관한 이야기들은 굳이 다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독서의 단점을 말하는 이는 별로 없다. 사실 독서의 단점은 그 장점에 비해 작다면 작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생각보다 크고 많을 수도 있다.

 

내게 있어 독서의 단점은 대부분 육체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다. 거실을 책장으로 채운 덕분에 책상에서 책을 읽는 경우가 별로 없다. 주로 소파에서 뒹굴뒹굴 하며 읽는 편이다. 그래서 자라목이 됐다. 목을 수그리고 읽다 보면 목이 뻐근하고 심지어 가슴근육까지 당긴다. 스트레칭을 하면 좀 풀리기는 하지만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과 가슴이 굽었다. 누워서 읽다 보니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 잠깐만 있어도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다. 그뿐 아니다. 눈도 갈수록 침침해졌다. 근시인데다 노안까지 와 가까운 것도 안보이고 멀리 있는 것도 안 보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책을 계속 읽는 내 자신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고생을 하나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은 새발의 피다. 진짜 고생은 따로 있다. 독서를 좋아하면서 육체적인 운동까지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다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질 자체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땀 흘리는 운동보다는 시원한 곳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걸린 것이 치질이다.

 

맨날 쪼그리고 앉아 책만 보는데다 직업까지 사무직이다 보니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다 집에 오면 또 앉아 있고....가장 치명적인 것은 화장실까지 책을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결국 오랜 시간의 독서편력이 남긴 후유증을 오롯이 불쌍한 내 항문이 뒤집어 쓰고 만 셈이다가끔 불편할 때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결과는 참혹했다. 갑자기 악화된 것이다. 지금은 상당히 책을 보기가 힘들다. 이 글도 겨우 쓰고 있다. 엉덩이를 실룩 실룩 하면서.

 

그래서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 상태로 계속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차라리 시원하게 수술하고 다시 책을 보는 것이 백번 낫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보다 생긴 병이지만 거꾸로 책을 읽기 위해서도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자세로 독서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나이를 먹어 가니 독서에도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곧은 목과 척추, 밝은 눈, 허리를 받쳐주는 튼실한 엉덩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밑받침이다. 머리는 그 다음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