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밤에 소복이 내리는 눈을 보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러나 잠깐이다. 내일 출근 걱정이 금방 낭만적인 생각을 지워 버린다.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치 않고 공평하게 덮어 버린다. 쓰레기더미위로 내린 눈은 우리 눈에 보이는 불쾌함을 덮어버리고 코를 찌르는 악취도 덮어 버린다.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가리지 않고 흰색으로 덮어버린다. 그래서 눈으로 덮힌 세상은 일순간 깨끗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는 걸 보니 이 세상에 덮을 것이 그만큼 많은 게다.
우리가 일년 내내 뿜어댔던 수많은 더러움을 그렇게나마 덮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많이 내린들 잠깐뿐이다. 눈의 마술은 금방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눈은 녹고 녹은 뒤 세상은 더욱 추한 몰골을 드러낸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는 것들. 눈으로 결코 덮을 수 없는 우리들의 더러움을 우리는 결국 눈(目)으로 덮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