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급한 일이 없어도 일단 도로에 차를 몰고 나오기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이드, 헐크로 변한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사람들도 마음이 급해진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조금이라도 지체할라치면 여지없이 뒤에서 경적음이 울리고, 노란불에 일찌감치 서기라도 하면 짜증난 뒤차의 원망이 뒤통수를 찌른다.
마치 카레이서마냥 무리한 차선변경이나 추월경쟁에 뛰어들 땐, 온 몸을 휘감고 도는 아드레날린에 심장은 벌렁거리고 혈압은 오르며 두 손엔 땀이 홍건하다. 적의 목을 단 칼에 베어 버릴 듯 차를 적토마 삼아 운전대를 칼 인양 휘두른 이 무모한 장수는 자기 차 뒤로 멀찌감치 밀려 나간 적들의 수급을 돌아보며 득의에 찬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신묘한 운전솜씨를 뽐낸 뒤 느끼는 잠깐의 쾌감이 사라지기도 전 목적도 이유도 없이 내달렸던 달인의 등 뒤엔 죽음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연비운전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첫째, 돈 됩니다.
연료의 대부분은 급출발, 과속, 급제동 시 소모된다. 항상 계기판의 rpm을 보면서 바늘의 등락이 심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출발은 부드럽게 하고 과속을 삼가며 최고연비수준으로 정속 주행하며 ‘’브레이크는 돈이다“ 라는 생각으로 어지간하면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운전하면 리터당 7Km에서 8km로 올라간다. 40ℓ 주유 시 40Km를 더 달릴 수 있으므로 5ℓ정도를 덤으로 달리는 셈이며 금전적으로 8,250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한 달에 세 번만 주유해도 15ℓ×1,650원=74,25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연비 안좋은 중대형 2,399CC 휘발유차 시내운전 기준, 아마 다른 차들은 이보다 더 나을 것이다)
둘째, 안전운전 좋아요
연비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차간거리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신호체계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저만치 신호가 노랑이나 빨간 등으로 바뀔라치면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탄력운전으로 가다가 마지막에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항상 정속주행을 신조로 여기기에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속에 의한 사고 날 확률이 줄어들며 미리미리 차선 변경을 여유 있게 하기에 무리한 끼어들기로 인한 사고나 다툼의 소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셋째, 차량수명연장에 도전
정속주행 및 안전운전으로 차에 무리한 힘을 가할 필요가 없기에 당연히 차수명도 길어질 것이고 급제동으로 인한 타이어마모, 각종 턱 등에 의한 바닥파손방지 등 차에 좋았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다. 사고나서 차 망가지면 수명을 논할 필요도 없겠다.
마지막, 생활의 도인(道人)이 저절로....^^;
처음엔 습관이 들지 않아 다소 힘들다. 여유 있는 차간거리로 옆 차가 잘 끼어들 수 있기에 욱할 수 있지만 숨 한번 마시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너 돈 많다. 그렇게 빨리 가고 싶으면 빨리 가라. 잘 못하면 영원히 갈 수 있으니 조심해라. 쯧쯧...” 그렇게 서둘러봐야 실제 도착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목숨을 걸고 달리기엔 우리 삶은 너무 소중하고, 돈을 걸고 달리기엔 우리 지갑은 너무 얇다.
도(道)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수행은 산에서만 닦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도로가 바로 수행터다. 도(路)에서 도(道)를 닦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