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사람들은 흔히 계획을 세운다.
먼저 목적지를 정한 다음 코스를 정하고 숙박지를 정하고 필요물품을 챙긴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곳을 경유해야 시간과 기름값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며 사전에 숙박할 곳을 예약하지 않을 경우 잘 곳이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거두는 경제적인 여행을 위해선 얼마나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씽씽 달려서 급하게 도착한 관광지에서 서둘러 정해둔 코스대로 관광을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낸 소위 맛집이란 곳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예약한 펜션에서 누구나 하듯이 숯불에 바베큐를 해 먹고..............
꼭 고속도로로만 가야 되는가? 목적지가 없다면 국도를 한가롭게 달리며 삭막한 고속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 국도변에 서있는 수많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들꽃들, 커브를 돌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내 눈에 달려드는 다양한 풍광들....같아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우리네 산야의 익숙한 모습들...
달리다 맘에 드는 곳이 보이면 멈췄다 둘러보고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갑자기 비를 만나면 어느 큰 나무 밑에 잠시 쉬면서 빗방울이 풀잎에 튕기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어느 작은 개울에 넘쳐 흐르는 흙탕물의 줄기를 세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내가 살던 아파트와 똑같은 듯 다른 흐린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면 어떤가? 지도가 없으면 어떠한가? 네비는 꺼져 있다. 내가 있는 이곳이 도대체 어디쯤인지 짐작만 가도 괜찮지 않은가? 계획에 없는 어느 시골 읍에 다다랐다. 볼 것이 없다. 그러나 사방이 다 볼 것들이다. 관광지만 찾았을 땐 보이지 않았던 사소한 볼거리들이 지천이다. 어지간한 곳에 다 있는 마트나 농협직판장도 아닌 구멍가게가 아직도 있다. 계획한 곳을 다 돌지 못한 들 무슨 대수랴...그거 하나 덜 본들 내인생이 크게 달라질 건 없지 않은가?
목적지를 향한 여행도 좋다. 그러나 때로는 과정 그 자체에만 충실한 여행도 좋을 것이다. 여행의 과정 중 만나는 예기치 못한 것들과의 갑작스런 만남들, 비록 사소한 것이라 해도 정해진 내 운명에서 튕겨 나온 하나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목적지향적인 삶을 살다보니 여행도 그러하다.
때로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정처없는 나그네가 되어 낯선 도시, 한적한 시골의 이방인으로 헤매고 다니다 아무것도 보진 못했지만 충만한 영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내집에 도착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