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지 않고 쌓아두기만 했던 책 30여권을 정리했다.
한번에 가져가긴 무리라 네묶음으로 나눠 포장끈으로 묶고 온 가족이 들고 서점으로 향했다.
와이프랑 아이들이 책묶음을 달랑 달랑 들고 가는 모습이라니...
시내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내놨더니 권 당 평균 3천원씩을 쳐줘 거금 10만원을 준다.
10만원을 쥐고 무한리필 초밥집에가 온가족이 배터지게 먹고, 영화관에가 영화를 즐기며 신나는 가족나들이를 했다.
보지도 않을 책을 왜 비싸게 사서 헐값에 파느냐고 와이프가 면박을 준다.
나는 웃고 말았다. 책을 사다 보면 살 땐 괜찮은 책 인줄 알았는데 막상 책장을 펼치면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거나, 수준이 맞지 않거나, 재미가 너무 없거나 등등 해서 바로 던져버리는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중 수준이 너무 높은 책은 나중에 다시 볼 가능성이 있어 보관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집이 도서관도 아닌 다음에야 보지도 않을 책을 보관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이렇게 팔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아들이 책을 팔아 밥 사먹는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아빠가 보지 않을 책을 저렴하게 팔면 또 누군가는 싸게 사서 볼 것이니 집에 놔두는 것보다 훨씬 보람있는 일이다”는 내 그럴듯한 설명에 그럭저럭 수긍하는 눈치다.
변명같지만 내겐 가치가 없는 책이지만 궁합이 맞은 누군가에겐 일생을 바꿀 귀중한 책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주 오래 전 고등학교 다닐 때 참고서 팔아 영화 보러 간 이후 책을 팔아 무언가를 한 것은 처음이다. 보든 안보든 단 한권도 버리지 못하고 책 권수 자체에 집착했던 내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자 도전이랄까?
책을 독서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오늘, “비워야 담는다”는 말로 왠지 불편한 마음을 자위하며 집에 와 거실의 책장에 있는 책들을 봤다.
이런 이 책이 왜 빠졌지? 이것도 안보는 건데... 이책도 팔았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