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자가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부리나케 구청안으로 들어간다. 말하는 걸로 봐서 여권을 만들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
아마도 딸이 어머니 효도관광을 보내드리기 위함인 것 같다.
저 할머니가 가는 것은 여행일까 관광일까?
젊은이가 가는 것은 여행이고, 노인이 가는 것은 관광이다.
내 힘으로 가는 것은 여행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가는 것은 관광이다.
배낭 메고 가는 것은 여행이고, 깃발 따라 가는 것은 관광이다.
홀로 가는 것은 여행이고 패키지로 가는 것은 관광이다.
웅장하게 서있는 수많은 역사유적들을 주만간산(走馬看山)격으로 둘러보고, 유적과 경치 좋은 배경을 주인공으로 단지 그곳에 내가 잠깐 있었다는 증명을 얻기 위하여 열심히 찍어대는 사진 몇 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호텔에서 그 나라의 특성을 삭제해버린 식사를 하고 집에서처럼 편하게잠을 잔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이고 해외로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는 철학자가 말하기를 “여행은 혼자 배낭 메고 현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에 머물고, 그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먹고, 그들과 일상을 같이 공유해보는 것”이라 했다.
“그들과 같는 눈으로 그들의 나라를 볼 수 있을 때 여행의 진정한 목적 ‘낯설게 보기’를 얻게 된다”고 했다.
“내가 미국에서 미국인의 시각으로 우리나라를 봤을 때에야 우리나라에 살면서 너무 익숙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그때서야 진정한 자기성찰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깃발 따라 다닌 해외여행은 여행이 아닌 관광이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잘 짜여진 관광코스는 원주민의 생활과 철저하게 유리된 해외속의 국내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낯선 마을 누군가의 집 처마에서 비를 피하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보고, 길거리에서 빵 한조각으로 허기를 때우며 따뜻한 원두 커피 한잔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낯선 이국의 도시 구석에서 이방인의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말이 안 통하는 누군가와 손짓 발짓으로 우정을 나누어 보기도 하고, 그네들에겐 너무 익숙하지만 내겐 낯선 어떤 것들을 발견하고 생각해보는 여정들이야 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여행은 젊었을 때 가야 한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생각이 여물지 않았을 때 가야 여행에서 얻는 많은 것들이 내 것이 된다. 늙어서 가는 여행엔 아쉬움이 남는다. 진작 여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든다.
관광이 아닌 여행을 가고 싶다. 보는 것이 다가 아닌 느끼는 여행을 하고 싶다. 여행은 사람을 깊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만사를 제쳐놓고 떠나 볼 일이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