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이 쏘아 올린 우주선 로제타는 지난 2004년 지구를 떠나 장장 10년 5개월간 지구-태양 거리의 42배가 넘는 64억㎞를 비행해 지난 8월 목성을 도는 67P 혜성의 궤도에 진입했다. 그러나 원래 착륙지점보다 1㎞를 벗어난 지점에 착륙하는 바람에 태양열 에너지를 얻지 못해 작동이 중지됐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기술 수준에는 한 참 못 미치지만 지구로부터 64억㎞ 떨어진 거리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혜성에 탐사선을 원격조종해 착륙시키는 장면은 실제 인터스텔라이며 경이로운 우주의 환타지로 영화 상영 시기와 맞물리며 영화 흥행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SF영화 마니아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지구의 종말과 지구 구하기 프로젝트, 기술부족에 따른 외계인의 도움, 광활한 우주를 넘나들기 위해 필수적인 워프 같은 공간이동, 이해하기 어렵지만 신비로운 고차원의 세계, 미지와의 조우.....
실제 대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극작가의 이야기는 사족이다. 관객은 상대성이론 같은 물리학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영화를 감상하는데에는 하등의 지장도 없다. 우리는 우주개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감독은 ‘2001스페이스오딧세이’ 같은 명작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그의 전작인 '인셉션', '메멘토'에 비해 아쉬움이 있어 보이며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에 1% 부족한 ‘좋은’ 영화이다.
지구 구하기에 동참한 주인공이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인류의 대를 잇는데 성공한다는 이야기에 가족 간의 사랑과 그에 반하여 상투적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나쁜 사람 등장, 스펙터클한 우주의 장관, 이해가 안가 오히려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우주의 법칙들이 적당히 버물려져 3시간이 다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화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다.
명작이란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한 진실을 깨닫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그런 ‘성찰’의 시간이 빠져 있다. 지구종말의 원인은 마치 천재지변인것처럼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경작지에 심어진 농작물이 바람과 먼지로 뒤덮이는 광경은 음울한 지구의 미래를 예고하는데 효과적인 장면이었지만 아름다운 지구가 왜 이렇게 종말을 맞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실제 인류가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칠만큼 기술력을 구사한 기간은 불과 일백년 남짓하다. 45억년 동안 멀쩡한 지구를 불과 1세기만에 깨끗이 말아먹은 인간이 소모품 버리듯이 이 땅을 버리고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이 새로운 지구를 찾아가는 장면은 언뜻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건설을 위해 신대륙을 찾아 헤매면서 경험했던 온갖 고난들을 인류의 역사 발전으로 포장했던 과거와 오버랩 된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 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미래의 새로운 터전에서도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 어리석은 지구인을 도와주는 외계생명체는 마치 지구인의 ‘사랑’(이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은 항상 사랑이다)을 보고 감동한 듯하다. 나도 잠시 감동했다. 사랑은 이 거대한 우주 끝에서도 약발이 먹히는 영원한 주제다.
우리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로운 우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별 사이를 누비는 인간들의 장대한 모험을 보노라면 이 복잡한 지구에서 하루하루 힘든 일상에 찌들어 사는 우리 지구의 군상들에겐 일시적이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별 사이(inter stellar)를 헤매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인간의 사이(inter human)에 대한 성찰과 숙고를 거듭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감독이 원하는 명작 수준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영화관에 온 목적에 부합한, 컴퓨터 모니터나 TV가 아닌 영화 스크린에서 꼭 봐야만 하는 몇 안되는 오랜만의 우주환타지, SF 대작임에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