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놈이 컸다.
초등학교 6학년이다. 요새 갑자기 큰 것 같아 놀란다. 허벅지 두께가 나만 하다. 이사 온 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바깥출입이 뜸하다. 친구가 별로 없는 눈치다.
아들과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먼저, 우리나라 구석구석 다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 싶고, 세계를 다니며 지금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하고 싶다.
산엘 가고 싶다. 잎이 푸르른 거목이 되기까지 나무가 겪었던 세월을 이야기 하고 싶고, 바닥에 작은 들꽃 한 송이도 각자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기어다니는 개미 한 마리도 나름의 목적지가 있음을 깨닫게 하고 싶다.
공부만 잘하는 아들이 되게 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은 수학공식으로 계산할 수 없는 사람사이의 관계가 있으며
영어단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수 없이 일어나며
사회책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일들이 세상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많은 책을 봤으면 좋겠다.
책에서 삶과 죽음을 배우고, 사람과 세상을 접하고, 정의와 불의의 다름을 알게 되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배우기를 바란다.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이 되지 않는지 고민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을 인생의 과정으로 여기며,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이 일치하는 지점이 목적지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빠, 엄마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