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휴대강박증이 있다.
책을 읽으려는 욕심은 많은데 정작 읽을 시간이 부족한데 따른 독서강박증의 한 형태로서 책을 집에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조급함과 초조함의 표현이다.
어디를 가든 항상 책을 휴대하여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것이다.
부모님 집에 갈 때도, 쇼핑을 하러 갈 때도, 가족나들이를 갈 때도,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차 트렁크에는 항상 책 몇 권이 있다.
읽든 안 읽든 책이 항상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혹, 시간이 있는데 책이 없는 경우 속절없이 사라져 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상실감이 너무 크다.
어쩌다 집중적으로 읽게 되면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보낸 데 따른 만족감으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어제 장거리 출장을 갔다. 갈 때는 고속버스를, 올 때는 KTX를 이용했다.
갈 때는 오전이므로 상관이 없겠지만, 귀가 길은 저녁이므로 조명을 어둡게 하는 고속버스는 아무래도 독서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닐 것이라는 신중한 계산속에 정한 일이었다.
정작 출장 목적은 잊어버리고 오며 가며 간만에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게 즐거웠다. 출발 전날 가방에 넣을 책을 골랐다. 지금 보고 있는 책을 1권 넣고 새로 산 책을 1권 넣었다. 2권을 넣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만약 이 책들이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집에서는 다른 책을 고르면 되지만 차 안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잖아. 그래, 만약을 대비해서 1권을 더 넣자.” 혹시 모르니 가방 무게를 생각해서 얇은 책 1권을 넣고, 이왕 가져 간 거 자리가 좀 남으니 공간에 맞춰 다시 1권을 넣었다.
가방을 들었더니 생각보다 무게가 나갔다. 잠시 고민하다 결국 1권도 빼지 못하고 가방정리를 끝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가방의 무게는 커다란 짐이었다.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독서도 순조롭지 않았다. 고속버스에서는 좀 읽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창밖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잠시 졸다가, 생각에 잠겼다가...이래 저래 시간을 허비하다 몇 페이지 못보고 목적지에 도착해버렸다.
올 때는 피곤한 상태라 잠이 쏟아져 자울 자울 하다 보니 또 못보고 결국, 몇 권은 커녕 반 권도 못보고 집에 왔다.
가방에서 다시 책을 꺼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 나왔다.
“미련한 놈. 1권만 간단히 들고 갔으면 편했을 것을 무슨 도서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책만 한보따리 짊어지고 가서 웬 생고생이람.”
미련한 내 모습이 탄로나는 것이 쑥쓰러워 와이프가 볼까 얼른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앞으로도 독서에 대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남아돌지 않은 이상, 난 어디를 가든지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닐 것이다. 최대한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