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번쩍이는 경광등을 촌스럽게 달고 귀청이 찢어질 듯 굉음을 내며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내달리는 철가방들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도로의 익숙한 풍경이 되버렸다.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인 운전자가 모는 CT-100 배달오토바이의 짐칸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 탕수육, 아저씨가 좋아하는 시원한 맥주에 치킨 한 마리, 여학생이 좋아하는 먹음직스런 피자가 실려 있다.

 

온기가 사라지면 배달료도 사라질 듯, 주문전화벨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고객의 집 현관벨은 울리고야 만다.

이 위험한 서커스를 아무런 생명보호장치도 없는 도로변에서 공연하게 한 이는 누구인가?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네 급한 성격과 딱 맞는 배달문화인가?

시간당 4,000원을 넘지 못하는 알바생으로 인건비를 줄여 겨우 입에 풀칠하는 동네영세자본가인가?

그나마 알바 중 시급이 높은 배달알바로 여자친구하고 데이트할까? 이왕 질주본능에 발동 걸린 김에 일제 가와사키 오토바이라도 한 대 장만할까? 너희들이 바람처럼 달리는 맛을 알아?

한푼이라도 벌어 부모님 무거운 어깨를 덜어드릴까? 취업의 압박, 부모와의 갈등, 보이지 않는 미래, 아니면 사춘기의 터질 것 같은 가슴을 후련하게 풀어버리려는 저 어리석고 겁 없는 아이들 탓인가?

 

그들보고 제발 좀 천천히 다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헬맷이라도 좀 쓰고 혹, 사고라도 나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치라도 있으면 좋겠다.

 

아직 어린 그네들의 푸르디 푸른 목숨을 담보로, 공간이동을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기름진 닭다리를 한입 베어 물며, 이 땅의 청소년을 이렇게 내던져도 되는지, 우린 꼭 이렇게 배달해서 먹어야만 하는지 석연치 않은 마음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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