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하도 졸라서 햄스터 2마리를 마트에서 샀다.
크고 하얀 놈과 작고 갈색인 놈이었는데 얼마나 귀엽든지..
집을 사고 거기에다 나무 조각을 깔아주고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먹이였다.
똑같이 먹이를 주면 크고 하얀 놈이 다 먹어버리고 작은 놈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는 큰 놈과 점점 야위어가는 작은 놈을 보면서 큰 놈의 탐욕이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먹이를 줄 때 큰 놈을 따로 가둬놓고 작은 놈이 먼저 먹도록 하기도 하고, 큰 놈이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을 만큼 충분히 주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놈은 살찔 줄 몰랐다. 비쩍 마른 나를 보는 것 같아 더욱 약이 올랐다.
큰 놈에 대한 거슬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나도 모르게 작은 놈을 편애하기 시작했다.
햄스터 키우기는 점점 비극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게걸스럽게 먹어 대는 큰 놈을 다이어트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먹이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큰 놈은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그렇게 몇 달 이 갔을 까 어느 쌀쌀한 날 드디어 비극이 터지고야 말았다.
퇴근한 나를 보고 와이프가 햄스터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어 봤더니....
충격적인 장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 먹어 버린 것이다.
하루 만에 약간의 붉은 핏덩이로 변해 버린 작은 놈의 흔적.
난 분노에 휩싸였다. 큰 놈을 베란다의 차가운 날씨에 방치해버린 것이다.
너무 미웠다. 큰 놈의 탐욕이 미웠고, 큰 놈의 횡포에 저항한 번 하지 못하고 잡아 먹혀 버린 바보같은 작은 놈의 허약함이 짜증났고, 그 들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 하지 못한 나의 무능함에 화가 났다.
다음 날 퇴근 후 다시 한 번 비극이 벌어졌다.
큰 놈마저 죽어 버린 것이다.
친구를 배가 고파 잡아 먹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님 멍청한 주인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차갑게 굳어 버린 놈의 몸뚱아리를 보면서 한 참 멍하니 있다가 아파트 화단에 묻었다.
무엇이 이 놈들의 생을 마감하게 했을까? 배고프면 먹고, 잠오면 자고, 기분좋으면 놀고 하는 것이 동물의 본성이 아닌가?
인간에게나 통하는 규율과 통제를 가한 것은 내가 아닌가?
그냥 원하는데로 먹이를 듬뿍 주고 배가 터지게 먹던지, 말든지 그냥 재롱이나 보는 것이었는데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한낱 햄스터에게 나도 모르게 인간의 가치관을 투사한 것이 아닌 가 내심 후회스러웠다.
작은놈 묻은 자리 옆에 큰 놈을 묻으면서 문득, 자식들을 햄스터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햄스터도 인간도 태어난 그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게 행복한 게 아닌가?
비록 조그마한 미물이었지만 비극으로 끝난 그들과의 짧은 인연이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그날 밤. 아이들은 아빠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불행한 참극을 금방 잊어 버리고 잘 자고 있다.
또 내일 다른 걸 사달라고 하겠지. 하지만 햄스터는 다신 사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