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인가 아버지가 SF ․ 공포시리즈를 사주셨다.
그 중에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내용은 충격적인 책이 한 권 있었다.
미래의 어느 날 어느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가 남매에게 상상만 하면 그것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상상모니터(?)를 사주었다.
남매는 날마다 기계가 설치된 방에 쳐박혀 상상만 하면 나타나는 화면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고 점점 부모와의 대화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 부모는 결국 자식들을 위해 모니터를 없애기로 하고 남매에게 이야기했다.
이미 상상모니터에 깊게 중독된 남매는 어느날 부모를 자신들의 방으로 불렀다.
부모가 남매의 방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모니터의 화면이 아프리카 초원으로 바뀌었고 잠시 후 남매가 방으로 들어왔을 땐 화면에 사자 몇 마리가 피 묻은 옷가지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없어도 될까?" 다소 걱정스러운 동생의 질문에 오빠는 여동생을 다독거리며 중얼거렸다.
" 괜찮을거야....우리에겐 상상모니터가 있잖아"
당시엔 사람들이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유일한 전자제품은 TV밖에 없었다.
작가는 아마도 TV 화면에 빠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TV 시청으로 인한 가족관계
단절, 인간소외 같은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30년도 넘은 고전 SF 동화임에도 새삼스럽게 소름이 끼치는 건 그때보다 지금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PC방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번쩍거리는 화면에 온몸을
맡기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이 이야기 속의 부모가 바로 나다.
아무리 그만 하라고 해도 끄지 못하고 결국 홧김에 컴퓨터 플러그를 뽑아 버리는
아빠를 보고 내 자식이 혹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빠만 없으면 맘대로 게임을 할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