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꽃을 그려 본다.
어른이 돼서 처음 그려 보는 꽃이다.
객관적 실체로 존재하던 꽃이,
인간의 욕망으로 타자화된 꽃이,
내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다.
어설프게 태어났다.
신기한 일이다.
그림의 본질은 그리는 것이니
눈으로 만 번을 보느니
내 손으로 한 번 그리는 게 낫겠지
눈에 담아두느니
그냥 도화지에 꾹꾹 눌러 담아두겠네.
같은 꽃이나 다른 꽃이다.
못생긴 꽃이다. 제멋대로의 꽃이다.
인간의 몸은 참 이상하다.
눈으로 들어온 것과 손으로 나가는 게 다르다.
시간이 해결하겠지
눈보다 손이 더 나아진다면
그것은 기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