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방해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 단연 독보적인 이유는 시간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읽으려는 의지가 굳건한 사람들에겐 궁색한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먹고 살기도 바쁘고 책이 아니어도 볼 것도 많은 세상에서

굳이 독서를 할 이유도 시간도 충분치 않음은 나름 이해할 만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처음 독서의 맛을 알게 된 때에 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책을 한 줄이라도 더 읽기 위해 시간을 긁어모았다고 해야겠다.

퇴근해서 저녁 먹고 잠깐 보거나 주말에 몰아쳐서 보는 것으론 내 독서욕을 채울 수 없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보고 싶은 책은 끝 없이 줄 서 있고.

그래서 생각한 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퇴근 시, 화장실에서, 점심시간, 근무 중 휴식 시간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딱히 뭔가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었다. 책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데

책을 휴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집 밖을 나설 땐 늘 책을 챙겨야 했고, 차에 놔두기도 하고 

가끔 잃어버리기도 했다.

 

책 한 권 들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운 판에

여러 권의 책을 챙기려는 욕심에 조그만 가방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지만

평소 뭔가를 가지고 다니는 걸 너무 싫어한지라 오래 가지 못했다.


또 직장에서 책을 보고 있는 건 여러 사람의 눈에 띄고 

또 너무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소심한 성격이기에 남들 시선 속에서 별스럽게 책을 보는 게

부끄러웠고 부담스럽기도 했으며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그날 볼 책을 휴대폰으로 한 페이지씩 

촬영해서 보는 것이었다.

저녁에 불을 환하게 켜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사진을 찍는 일은 

쉽지 않았다시간도 걸리고 귀찮기도 하고.


결국 이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언제 어디서나 내맘대로독서법은 기억속으로 사라졌는데

최근 전자책의 비약적인 보급으로 이제야 제대로 구현이 되었다.

 

물론 전자책이 세상에 등장한 지는 꽤 되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대부분 전자책은 전자도서관의 대여용이었고

보급용 샘플 수준인데다 그나마 종류도 한정되어 있어 

읽을만한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자책 대여 플랫폼을 이용하면

일정 수수료만 내고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여 저장 후 아무 때나 읽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전자책 시대가 도래했다

전자책이 상용화의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과거의 전자책은 컴퓨터 모니터나 전용 뷰어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어느 곳 어는 시간이라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니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한 난 도서관에 계속 있는 것이다.

드디어 독서 천국이 지상에 왕림했다. 할렐루야다.

 

그렇게 전자책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언제부터 종이로 된 책을 읽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의 동반자가 된 영향도 클 것이다.

 

두툼한 두께의 종이책을 들고 꺼칠한 종이의 질감을 손가락으로 느끼며

얇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남은 두께를 가늠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사람의 적응력이라는게 참으로 놀랍다. 익숙해지니까 편하다.


전자책은 바로 다운을 받아서 볼 수 있기에 원하는 책을 

택배로 기다릴 필요도 없다.

택배를 기다리던 소소한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


물론 전자책의 단점도 많다.

아직도 종이책에 비해 그 종류가 부족하고

주로 최근에 출간된 책에 특화되어 있기에 스테디셀러가 아니라면

오래전에 나온 책은 찾기 힘들다.

꼭 보고 싶은 책이라면 결국 종이책을 살 수밖에 없다.

 

전자책의 또 다른 단점은 읽다가 책에 메모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전자책에도 메모기능이 있긴 하지만

사용하기 불편하고 영구적이지도 않아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이용하여 보완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또한 전자책은 뒤적거리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종이책은 뒤쪽을 보다가 생각이 나지 않아 앞장을 다시 뒤적거리기도 하고

중간의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훑어보기도 하는데


전자책은 구조상 그러기 힘들다. 한 단어를 검색할 때는 유효하지만

한 단락이나 장을 감으로 찾을 땐 그냥 젬병이다.

리뷰를 쓸 때 특히 답답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게 전자책의 가장 큰 단점이지 싶다.

 

마지막으로 전자책은 보관이 어렵다.

종이책은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지만

대여 전자책은 보고 나면 끝이고 구입한 전자책도 

왠지 내 책이란 느낌이 덜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나머지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그래서 난 현재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읽고 있다.

종이책은 전자책으로 발간되지 않는 것에 한한다.

 

독서에 수단과 방법을 따질 필요는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읽는다는 게 본질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전자책이 고맙다.

책장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며 먼지에 덮여가고 있는

종이책에 다소 미안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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