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현대의 창조물이다.

인류가 문명을 세운 이래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가족, 부족, 마을, 공동체, 도시, 국가 등

인간이 발전시켜온 사회 시스템은

집단을 전제로 운영되었다.

 

인간이 자연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은 사회였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지만 여럿이 뭉치면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우린 과거에 개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살다가

가끔 국민의 의무로 전쟁터에 나가기도 했다가

마지막에 다시 가족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평생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딘가에 귀속되어 있었고

홀로 떨어질 일이 없었기에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이제야 시작된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지금의 나는

나에 대하여, 나의 운명에 대하여 오롯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전통의 규범과 가치를 대체한 자본주의의 화폐와 소비는 인간을 파편화시켰고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그에 걸맞은 새로운 세상의 나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당연히 주어졌던 공동체에서의 역할 대신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선택해야 하고

자신이 연출한 삶에서 가면을 쓴 배우가 되어야 한다.

 

기존의 질서와 규율 대신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주제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차별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나와 세상 사이에 존재했던 공동체라는 보호막이 벗겨진

현대의 개인에게는 세계와의 경계를 코앞에 두고

살벌하고도 치열한 최전선에 선 삶 외 다른 선택이 없다.

 

국가와 사회는 내게 바람직한 개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어느날 갑자기 발가벗겨진 현대의 개인은

사회가 요구한 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여의치 않다.

 

권위를 내세우면서 자유롭게 살아라 한다.

최신 유행을 광고하고 소비를 조장하면서 개성을 살리라 한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은 냉엄한 세상에서 우리는

부모의 자식으로, 배우자로, 다시 부모로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직장에서 직원으로 부장으로 사장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친구, 모임, 동호회에서의 관계도 잘해야 한다.

 

모든 것을 화폐의 가치로 환원시켜버리는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댈 전통적 가치와 규범은 이미 파괴되어 사라져가고 허무한 나는

오직 스스로에 기대며 나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자아는 부조화와 갈등으로 사회와 대립하고

여차하면 분열의 조짐을 보이다 잉여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철학적 명제이기 전에 삶의 문제고 실존의 문제다

 

개인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존심이 아닌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신을 존중하는 자존감을 소유한 사람이며

 

자신을 성찰하면서 동시에 그 사실을 언어와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이며

심리적 생존을 위해 자아를 다독일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한 자이며

 

타인의 이익에 반하여 내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이며

 

작고 소중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되

공동체의 발전을 도외시하지 않는 사람이다.

 

결국 개인주의의 개인은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진정한 개인주의의 개인이 되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울컥)

 

그러니 돌아버릴 수밖에

세상을 보라

온통 미친놈들만 있는 것 같다.

모두 자아가 분열되어 있다.

그네들을 보면 나도 돌아버릴 것 같다.

 

오늘날 이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틈만 나면 분열되어 버릴 것 같은 허약한 내 자아들을

건강하게 하나로 통합하기는커녕

더 이상 분열되지 않도록 봉합하는 것만도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끊임없는 존재의 불안에 굴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며

나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내가 속한 공동체와 국가 더 나아가 세계와 우주를

사랑할 수 있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개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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