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인간은 모든 정보를 지각을 통해 수용한다.
특히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는 뇌에서 거의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의 결과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들판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일단 내 눈에 사자가 앞에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거기서 저 사자는 사냥을 이미 끝내 배가 불러서 괜찮을지도 모른다.
혹시 나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도망갈 것이 아니라 한번 싸워봐야겠다.
뭐 이렇게 잡다하고 다양한 생각을 심도 있게 하고 있다가는
이미 사자에 뱃속에서 소화되고 있었을 것이다.
일단 위험을 인지했으면 뒤도 보지 않고 도망가는 게 맞다.
그게 생존에 적합한 행동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지각에서 행동으로 바로 넘어가는 시스템을 택했다.
덕분에 우리는 현재까지 생존했지만 원시인과 별다를 게 없는
우리의 뇌가 정보의 진위를 따지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정보의 입력→ 정보의 진위 판단→ 믿은 다음 저장이 아니고
정보의 입력→저장하며 믿고 끝이란 말이다.
물론 나중에 수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미 믿기로 한
수많은 정보를 꺼내서 다시 따지는 건 에너지 낭비이기에
지금도 우리는 원시인이 맹수를 만났을 때처럼
지각한 것을 순간적으로 믿고 저장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가상공간에 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거의 기계적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시간이 남아 돌아가도 쉽지 않은 일을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에너지를 들여가며
가상공간에 쏟아지는 엄청난 데이터의
참과 거짓 따위를 누가 판단하려 하겠는가?
따져 별 이득도 없는데 말이다.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판을 치고
그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다.
진화에 따른 게으른 뇌의 부작용이다.
그러니 스스로 나의 지각을 믿지 말자.
내 눈을 신뢰하는 순간 우리는 진실에서 멀어진다.
내가 믿을 건 내 눈이 아니라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다.
원시시대나 현대에서나 우리가 진실을 아는 건 참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