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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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성질은 머물기 즉 고집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보수적이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진화론처럼 안전하다고 검증된 것만 최소한의 에너지로 움직이려 하는 생존 본능은 우리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했지만 부작용으로 어지간하면 변하려 하지 않고 머물고자 하는 고집 센 보수의 기질을 갖게 된다.

 

편안한 게으름에 익숙한 인간이 이러한 생물학적 관성을 이기기는 참으로 어렵다.

당연히 이미 완성된 존재, 즉 더 이상 변할 것도, 발전할 것도 없는 현 상태를 최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세상은 고착화되고 보수적이며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습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들이다.

고집 센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어렵다. 시사 토론의 무한 동어반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주구장창 내 의견만 주장하다 끝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보다는 선동을 사용한다. 생각을 바꾸는

대신 기존 생각을 강화, 증폭시키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변화를 격렬하게 겪는 동안 정치적 역사적으로 왜곡된

가치관을 내면화한 사회에서는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대화와 토론 대신 오직 듣고 싶은 것만 강화󰋯증폭한 선동에만 반응하는 고집 센 수구세력만 득실거리는 암울한 정치 현실에서 보수정치가 태극기 부대를 필요할 때마다 국면전환용 전위대로 사용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자유를 독점한 보수

 

우리의 비극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겼기에 빼앗긴 자유를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우익이 자유를 제일 먼저 선점하는 바람에 나머지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친일과 반민족으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선점한 자유는 그 본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그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이념과 주장의 근거가 되었고 심지어 반미와 민주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도구로도 쓰였다.

 

보수세력이 늘 자유를 내세우고 보수단체 이름엔 항상 자유두 글자가 들어가곤 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는 다른 의미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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