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돈 벌러 나갈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살갑지도 않은 서방님 먹으라고 베지밀 한 개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식탁에 놔둔 마누라의 사랑(?) 내지 사려 깊음에 감사하고

10년을 훌쩍 넘어 달달거리지만 힘들게 대중교통에 시달리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출근할 수 있게 해준 마아카가 있음에 감사하고

 

출근했다고 하는 둥 마는 둥 대충이라도 굳이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이 감사하고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대 필 여유와 공간과 사람이 있어 감사하고

뭘 먹을까 오전 내내 고민하다 선택한 메뉴의 성공과 실패를 따질 수 있어 감사하고

식사 후 잠깐이나마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고

식곤증에 잠깐 졸다 계면쩍게 눈을 마주쳐도 헛기침 한 번 하고 넘어갈 수 있어 감사하고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고 당당하게 퇴근 할 수 있는 부서에 몸담고 있어 감사하고

때론 눈치를 보며 잽싸게 튈 수 있는 허술한 틈이 있어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30대에 이미 대머리가 됐음에도 결혼하고도 한참 동안 무성한 머리가 있었음에 이미 지난 일이지만 감사하고

가발을 쓸까 탈모수술을 할까 고민할 정도이긴 해도 아직 빗질을 할 만큼 남아 있는 몇가닥의 머리카락의 생존에 감사하고

중학생때부터 나빠져 어른이 될 무렵 이미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시력이나마 안과 들락거릴 일 없이 그럭저럭 보는 데 지장 없는 두 눈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버지의 약한 시력을 물려받은 아들이 스마트라식이라는 신기술로 단번에 정상시력을 되찾은 기적의 세상에 정말 감사하고

 

환절기만 되면 줄줄줄 흐르는 콧물에 비염약을 달고 살지만 축농증으로 악화되어 수술까지 하는 불상사는 면하게 되어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나지도 않는 사랑니가 4개나 나 모두 뽑는 고통이 있었고 어금니를 모두 신경치료했으며 잇몸도 좋지 않아 단단한 음식은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치과에 가면 바로 임플란트를 권유받을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그럭저럭 씹을 수 있는 이가 남아 있음에 감사드리고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 수년간 노력 끝에 발성법까지 터득했건만 정작 타고난 성대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적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는 잘 부를 수 있기에 감사드리고

담배를 못 끊어 콜록거리면서도 아직까지 큰 병 없이 버티고 있는 안타까운 폐에도 감사드리고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정도로 소화력이 약해 삐쩍 마른 몸에 일조를 했던 위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살아 있을만큼의 영양분 섭취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약한 위에도 그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며 위와 공조하여 나를 허약하게 하신 장이지만 역시 주인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감사하며

 

근육량이 수명을 좌우한다는 건강프로그램을 보고 턱걸이나 푸시업 몇 개라도

기를 쓰고 하려는 불타는 의지와 부들거리는 팔에 미안하고 감사하며

젊은 날 저체중을 걱정하다 나이 먹어 찌기 시작하는 뱃살 무게의 희열에 마지못해 감사하고 지금은 ET같은 몸매지만 언젠가는 몸짱이 될 날을 기약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오랜 시간 항상 제자리 내지는 후퇴하고 있는 실력임에도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타를 잡고 있는 불굴의 의지에 스스로 기특해하며 감사하고

화가가 될 만한 재능은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 그림을 그리는 2시간의 보장에 감사하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 있기에 감사하고

맨날 삐치고 말 안 하는 좀팽이 남편이지만 대놓고 이혼하자는 무서운 말까지는 자제하는 듯한 마누라의 하해와 같은 마음에 감사하고

보답 차원에서 하는 설거지 중 물에 씻겨 나가는 찌꺼기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 카타르시스에 감사하며

자식과 맞짱 뜨며 난리를 치던 젊은 날의 기세가 사라지고 맨날 싸우던 자식들이 어느덧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음에 감회가 새로워 감사하고

어는 순간부터 다 자란 자식과 대화 중 뭔가를 깨닫기도 한다는 사실에 더욱 놀랍도록 감사하고

 

살날이 산 날보다 적음에 남아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심에 감사하고

나이 듧의 의미를 하나하나 깨닫는 늘그막의 의미를 알아감에 감탄하고

나이 들어서야 깨닫는 인생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지혜가 늘어남에 감사하고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결코 보여지는 대로 똑같은 세상이 아님을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실재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임을

내가 본 것만으로 세상을 맘대로 재단하고 헛것에 마음 쓰고 시간을 낭비하였음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있는 중이기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의 부족함을 원망하다 정작 쥐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조금씩 느끼고 있기에 감사하고

이 모든 것의 소중함을, 작은 것의 행복함을 너무 늦게 알게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감사할 일 천지고

만나는 모두가 은혜로운 사람들이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존재하는 이곳이 지상낙원이고

내가 누리는 이 시간이 극락정토니

 

신의 은총이 오직 내게만 집중된 것 같아 미안하고

내가 받은 은혜와 복을 같이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에 더욱 미안하고

죽는 날까지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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