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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20일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는 지난 2016년 미국 ABC 방송국에서 제작한 <지정생존자>의 리메이크작이다(미국판은 2017~2018년 시즌2에 이어 올해 시즌3까지 제작됐다). 국회의사당 테러로 대통령 및 행정부 각료들이 모두 사망해 정치경력 6개월의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다.
여기에서 주인공 박무진 권한대행은 한국의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구현하려 한 인물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확고한 자기신념을 가진 원칙주의자이면서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있고 현실 논리에 무너지지 않고 영리한 방법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지략과 용기도 있다. 이기는 법을 알고 이겨도 패배자가 없는 상생의 따뜻한 전술을 구사한다. 그래서 매번 비서진의 상식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였고 최선의 결과를 맺곤 한다.
그러나 결국 이상적인 지도자상으로 포장된 뒷면에는 박무진 개인의 능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커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 허를 찌르는 지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이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돋보이게 하여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올리고 있지만 만약 그가 사라진다면 그가 일군 성과 또한 사라지고 현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게 뻔하다. 늘 그렇지 않았던가? 개혁→원상복구→다시 개혁→다시 제자리........
민주주의의 의사결정방식은 다수결이다. 한 사람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최선이라 할지라도
다수가 반대하면 채택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중우정치로 변질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중우로 이루어진 다수라도 머리를 서로 맞대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자는 것이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평범한 능력이지만 권력욕은 남다른 사람이 지도자가 됐을 경우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발전한 것이 민주주의라 하겠다.
전제군주제라면 1인의 탁월한 능력이 절대로 중요할 수도 있다.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1인이 무능력하다면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거 역사에서 보듯이 말이다.
인간 개개인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은 그와 주변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집단으로서 인간들은 개개인의 품성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엄청난 결정을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를 힘들게 한다.
지도자의 자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걱정하는 바른 의식을 모두가 균등하게 가졌다고 확신할 수 없는 불완전한 대중이 한정되고 왜곡된 소량의 정보로 탐욕스럽고 무능력하지만 기만적인 선동술로 대중을 미혹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도자 1인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배치되어 있는지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잘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혹 그가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면서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