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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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많은 아저씨(비하의 표현이 아닌 친근함의 표현이다)가 들려주는 천일야화' 란 느낌.

 

허나 술술 넘어갔던 1부에 비해 2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점점 그 속도가 한 풀 꺾이는 것이

 

1부에서 보았던 서두들이 다시 반복되는 것

+ 내가 알지 못 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제한적 시간

 

뭐 이런 저런 요소들이 합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처음에는 '천일야화' '재미있는 이야기' 였던 것들이

 

나중에는 '이렇게 사물 하나하나에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면 피곤하지 않을까' 로 변모되기

시작하였고 학문이 먼저였던 사람과 창작이 먼저였던 사람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연유를 묻는다면 어줍잖게 한 때 창작을 했던 사람인 탓이라 하겠다)

 

어느 쪽이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정을 깃들이고 사고를 연장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촉수는 도리어 창작에 방해가 되는 때도 적잖이 있다.

 

이를테면 버스기사의 피곤에 찌든 얼굴을 그리고자 할 때

 

버스에 올라 탄 어르신들에게 빨리 앉으라며 소리를 치는 모습이라던가

 

집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마누라에게 손찌검을 할 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은 배제해야 할 것이다.

 

학문적인 사고의 접근이 하나하나 까발리며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라면

 

창작을 기반에 둔 사고의 접근은 알기는 알되

의도에 맞지 않는 것은 배제해야 하는 것 이라 생각한다.

(배제해서는 안 될 이야기라 생각한다면

차후 그 이야기를 중심에 올린 것을 다시 만들어내야 함이 옳다)

 

이야기하다 보니 또다시 전혀 책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흘러간 듯 한데

 

결론을 내보자면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할 법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그것이 "시종일관 재미있는 이야기" 가 되지는 않는다.

 

듣다보면 졸음이 올 때도 있고 의자에 앉아있느라 곧게 세운 등이 쑤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 는 것이 아닌 그저 '그랬었다' 는 식의 이야기이므로

 

산문 혹은 수필..(논평인가??) 아무튼 허구가 아닌 이야기에

 

깨달음과 앞으로의 지침을 요구하는 이들이라면 적잖이 실망을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아님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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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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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상실의 시대' 로 하루키 열풍이 불었을 때

 

차라리 난 무라카미 류 편을 들었던 한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상실의 시대' 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왜 그의 글이 그토록 와닿지 않았는가 물어보면 대답은 하나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물론 소설이 무엇을 어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따져보면 난해한 소설도 꽤 많고

어떤 경우 명분과 이유를 만든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많으니까.

(이를테면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놓고 그가 살인범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애정결핍 따위를 집어넣는다거나 하는 등-)

 

그러나 하루키의 글을 볼 때 느껴지는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라는 느낌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드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상황으로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실연을 당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자가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고

세수조차 하지 않은 채 도넛가게에 가서 한참동안이나 남자 점원을 바라보다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도넛을 사서 돌아와 먹지 않았다' 는 느낌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왜 갑자기 일어나 도넛가게에 나갔는지

 

남자 점원을 왜 그토록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는지

 

달콤함으로나마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다른 도넛이 아닌

왜 하필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도넛인지

 

그리고 왜 기껏 사와서 먹지 않았는지

 

'실연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 는 것까지는 설명해주지만

 

그 실연으로 인해 생겨나는 듯해 보이는

상황이나 사건들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 듯 해서

 

하루키의 글을 볼 때면 늘 흐릿하고 개운하지 못 하다.

 

아마도 거기에는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도 알고 있으리라' 는 생각

(또는 착각이나 오해)이 깔려 있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보는 바이지만 그저 그 사람의 성향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성향과 난 여전히 접점이 없는 상태라고-

 

 

p.s. 이번 책의 경우 대관절 유즈의 거짓말과 그 악령은 무슨 사건으로 인해 생겼는지가 의문이다.

      '실제 사건은 다른 곳에 있는데 그것은 저만치 떨어뜨려두고 사건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듯한 분

       위기' 도 어찌 보면 하루키스럽다 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다. 취향이 대중적인 건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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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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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일단 이 책에 대한 첫 인상부터.

   산문집 '보통의 존재' 가 소설로 탈바꿈되었구나.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생각되지 않았다.

   책은 읽지 못 하면서 서점은 무척 좋아하는. 

   실연으로 인한 애도기간이 지나치게 긴.

   그래서 철저히 혼자이기를 고집하게 된 지금까지. 

   성북동을 좋아하고 빵을 좋아하는. 

   산문집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된(혹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

   이석원이라는 사람의 특징이

   등장인물인 '용우' 와 '용휘' 의 것으로 탈바꿈되어 곳곳에 뿌려져 있다.

   결과부터 말해보자면-

   덕분에 소설로도, 산문으로도 몰입하기 어려웠다. '실내인간' 이라는 글이.

 

 

2. 두 번째 인상.

   난 '실내인간' 이라는 것이 용휘가 아닌 용우를 가리키는 줄만 알았다.

   몇 차례 읽은 뒤인 지금까지도 왜 '실내인간' 이 용휘가 되어야만 하는지 하는 의문이 남아있다.

   책은 안 읽으면서 서점은 죽어라 가는.

   그러면서 서점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괴로워하는. 용휘의 것으로 설정된 그 특징까지는

   어찌저찌 납득할 수 있으나 '실외' 를 싫어하고 '바람' 을 저주하는

   그 밖의 특징은 도무지 설명 불가능이다.

   왜 용휘는 그렇게 되었나?

   자신의 능력이나 명예가 영향을 끼치지 못 하는 곳을 싫어한다-

   마치 부연설명이라도 하듯 붙여진 제롬의 해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왜 이 인물은 이렇게 설정되었나? 그는 왜 그렇게 되었나?

   이리저리 의문만 던져주고 결국 해결을 봐주지 않는 것에

   얼핏 어딘가에서 읽었던 '하루키스럽다' 는 평이 떠올랐다.

   누군가 '실내인간' 을 가리켜 하루키스럽다 는 말을 했고

   난 그것을 '명료하지 않음' 으로 이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석원씨의 글은 명로하지 않음 외에는

   내가 좋아할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

   하루키 씨와 달리-

 

 

3. 세 번째 인상.

   사실 아직까지도 '소설' 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소설' 을 가장한 자기고백이라던가

   혹은 자기 얘기를 소설로 풀어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과연 이 다음에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작과 똑같이는 낼 수 없는 다음 작품을 쓸 때.

   그래서 실연이나 애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인물을 이야기해야만 할 때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며

   그 때 그의 문장과 그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그래. 이 쯤에서 재수없다 싶을 만치 직설적인 평을 해보자면

 

   "운 좋게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 요소들을 갖게 된(심지어 기회까지 갖게 된)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 처럼만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뮤지션 이석원이 아닌 작가 이석원에 대한 개인감상은 좀 더 뒤로 미뤄야 할 듯 싶다.

 

   산문의 연장선이 아닌 소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부터 쌓아올린 글을 읽어보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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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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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 자체보다 그것을 풀어나간 형식이 놀라웠음.

   이는 나란 사람의 성향 탓인지도 모를 테지만 사실 작가적 시점을 내세워

   먼 발치서 서술로 풀어나가는 편이 속 편할지도 모를 법한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을 굳이 주인공의 입장에 서서.

   끊어지는 기억 그대로를 답습해가며 표현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 자체보다 그 풀어가는 방식 탓에 꽤 오랜 기간 고민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2. 소설이나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줍잖게나마, 혹은 가뭄에 콩나게 듯이나마

   이야기를 떠올리고 매끄럽게 나아가는 법을 생각하곤 하는데

   어쨌든 요는, 주인공이 정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 은 나의 시덥잖은 가치관에 부합한다 볼 수 있다.

 

3. 여기에 하나 더.

   주인공 외의 다른 이들의 서술이 나오질 않는지라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가 헷갈린다.

   아마도 이 점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 볼 수 있을 듯.

 

4. 언젠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역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살인자의 기억법' 이 영화화 된다면

   꽤 여러 갈래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소설대로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버린 노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듯 하고

   그 노인을 둘러싼 새로운 트루먼 쇼가 될 수 있을 듯도 한데 과연 어느 쪽이 나올 것인가.

 

5. 나라면, 새로운 트루먼 쇼를 만들 듯 하다.

   아무래도 난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외의 사람들이 거짓말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6. 이제껏 본 김영하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듯.

   아울러 살인자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는 점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 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절대적으로 '살인자의 기억법' 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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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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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나오는 문장인 '조용히 닳아가는 것' 과

작가의 말 중 하나인 '소설을 산다' 는 문장이 절묘하게 결합된 듯한 이야기이다.

 

굳이 소설이 아닌 이야기라 표현한 까닭은,

 

아마도 그녀와 비슷한 나이대일 거라 짐작되는 7,80년대 생들.

특히 꿈은 곧 포기하기 마련인 것이고

우정이란 단어의 뒷면에는 결국 돈 빌릴 때나 연락하는 게 친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사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재했던 적도 없던 것이라 믿게 되어버린-

 

한 마디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믿지 않게 되어버린 

어떤 사람들(나를 포함한)의 이야기인 듯 싶어서이다.

 

문장은 담담하나 그것이 그려내는 상황은 지나치리만치 현실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 현실이 7,80년대 생이 아닌,

설명하자면 서태지가 가수가 아닌 그저 이슈메이커일 뿐인 이들에게도 가 닿을까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의 전달성이 과연 효력이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를 통틀어 꽤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나는데.

구태여 그 사건이 일어났어야만 했던 이유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름다운 것들을 믿지 않게 되고

그 믿지 않음이 곧 나이 들어가거나 혹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구태여 그 사건을 만들어내서

마치 작별의 원인이 사건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물론 내가 이해를 잘못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읽은 그녀의 첫번째 책인 '너는 모른다' 와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채색되는 일상이 인상적이고

그 담담한 색채가 나를 붙잡아 이끌기도 하지만

어?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면이 있다.

 

왜 굳이 이런 게 여기에? 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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