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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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상실의 시대' 로 하루키 열풍이 불었을 때

 

차라리 난 무라카미 류 편을 들었던 한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상실의 시대' 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왜 그의 글이 그토록 와닿지 않았는가 물어보면 대답은 하나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물론 소설이 무엇을 어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따져보면 난해한 소설도 꽤 많고

어떤 경우 명분과 이유를 만든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많으니까.

(이를테면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놓고 그가 살인범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애정결핍 따위를 집어넣는다거나 하는 등-)

 

그러나 하루키의 글을 볼 때 느껴지는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라는 느낌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드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상황으로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실연을 당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자가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고

세수조차 하지 않은 채 도넛가게에 가서 한참동안이나 남자 점원을 바라보다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도넛을 사서 돌아와 먹지 않았다' 는 느낌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왜 갑자기 일어나 도넛가게에 나갔는지

 

남자 점원을 왜 그토록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는지

 

달콤함으로나마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다른 도넛이 아닌

왜 하필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도넛인지

 

그리고 왜 기껏 사와서 먹지 않았는지

 

'실연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 는 것까지는 설명해주지만

 

그 실연으로 인해 생겨나는 듯해 보이는

상황이나 사건들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 듯 해서

 

하루키의 글을 볼 때면 늘 흐릿하고 개운하지 못 하다.

 

아마도 거기에는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도 알고 있으리라' 는 생각

(또는 착각이나 오해)이 깔려 있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보는 바이지만 그저 그 사람의 성향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성향과 난 여전히 접점이 없는 상태라고-

 

 

p.s. 이번 책의 경우 대관절 유즈의 거짓말과 그 악령은 무슨 사건으로 인해 생겼는지가 의문이다.

      '실제 사건은 다른 곳에 있는데 그것은 저만치 떨어뜨려두고 사건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듯한 분

       위기' 도 어찌 보면 하루키스럽다 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다. 취향이 대중적인 건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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