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가 긴장감 있게 시작해서 후반은 맥없이 풀려가는 느낌이었다면

돼지의 왕은 몰입감 있게 시작해서 3~4화 쯤에 '.......' 하며 좀 맥없이 풀려가다가

중반 넘어서부터 갑자기 감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해서

결국 슬프게 끝이 나버린 그런 드라마 라고 할까.


드라마를 보던 몰입도를 기준으로 평가해보자면

1~3화는 집중해서 보다가

4~6화에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유인즉 학교폭력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강민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이른 타이밍에 복수의 대상이 된 탓이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얘가 7~8화쯤 대상으로 점찍어졌어야 하는데

왜 얘가 벌써 나오지?

게다가 죽을 거 같은데 죽지도 않고 계속 말을 주저리주저리 한다.

4~6화에서 흐트러진 집중력은 아마 그 강민 때문이었을 거다.

마지막화까지 다 본 지금은 왜 강민이 초반에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만

죽을 거 같은데 죽지도 않고 주저리주저리 말하던 그 부분은 아직도 좀 갸웃거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에 걸리는 지점이 있다.

뭐랄까. 사건을 터뜨리기 전에 시간을 끄는 느낌?

경민이 사건을 저지를 때마다 꼭 뭔가 실수를 하거나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고 시간을 끌며 범행을 저지르는데

그 부분이 아직도 좀 미스터리하다.

복수를 생각하며 전재산 다 털어서 1년을 준비한 사람이 저렇게 실수를 하나?

뭐 민간인이 범행을 저지르려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납득할 수야 있긴 하지만

살인마로 캐릭터를 잡고 복수의 화신으로 둔갑시켰다면

경민의 범행은 좀 치밀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 부분은 지금도 좀 실망스럽다.

뭔 놈의 살인자가 자꾸 뭘 떨어뜨리고 복수대상한테 얻어맏고 그런대.

복수만 생각하고 1년을 살았으면 좀 더 치밀하게 준비했어야지.


1년 이라는 기간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어차피 복수 때문에 파국을 맞이하고 마는 결말이었다면

굳이 1년 전까진 멀쩡했다가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라 이렇게 되고 말았다 라는 조건이 필요한가 싶다.

아마 원작에서의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것 때문에

원작과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경민의 아내를 죽이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마지막화까지 다 본 지금도 그 부분은 좀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남편이 사람을 죽이고자 결심했고 실행에 옮긴 것 같다.

그러니 동반자살로 남편을 막겠다? 

.....이건 너무 억지 아닌가. 


차라리 아내의 죽음을 삭제해 버리고

처음부터 복수의 화신이 된 경민을 등장시키고

이를 위해 몇년 여를 준비하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산을 융통시킬 수 있게 되자 실행에 옮겼다

라고 하면 차라리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하나 걸리는 것은 채정안의 캐릭터.

사건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 다른 경찰이 등장했다.

뭐 거기까진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캐릭터가 너무 모호하달까.

아니 이 경우는 채정안의 연기 문제인가.

물론 마지막화까지 보고 나니 그 역할 도 어느 정도 필요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왜 하필 채정안인가.

적합한 연령의 여배우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면 여자경찰을 포기해도 나쁘진 않았을까 싶다.

그럼 더 스릴러물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이렇게 남자 투톱의 스릴러 물에서 꼭 가운데 여자 한 명 넣으려 하더라.

러브라인이 있건 말건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남자 투톱 사이에서 

캐릭터성이 제대로 나온 것은 손 더 게스트의 강길영 밖에 없는 것 같다.(연기력과 별개로)

채정안의 연기가 좀 더 좋았다면 아마 초반의 몰입력이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나름 애쓰신 것 같긴 한데 남자 투톱이 너무 연기력이 좋다 보니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감정선이 휘몰아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아역들의 연기 덕분이 아닐까.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아역들이 빛났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철이, 최현진 배우는 성인 연기자들까지 순간 잊게 만들 정도였던 것 같다.

김동욱, 김성규를 보려고 드라마를 봤는데 웬 아역배우 하나 건진 느낌이랄까.

부디 이대로 잘 자라서 오래오래 연기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러쿵저러쿵 지적질 해가면서 보다가 

7화쯤 넘어서부터는 휘몰아치는 감정에 몰입되더니

마지막화에서는 정말 너무 슬프게 끝나버린다.

마지막화 까지 다 보고 난 다음에 떠오른 첫마디는 '아이고 철아'

김동욱, 김성규 보다 철이가 인상깊었던 드라마였다.


사소한 디테일들을 많이 놓치고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드라마의 시작이 왜 황경민 아내의 동반자살 시도 가 되어야 했나 하는 부분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덮어놓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후반 감정선이 출중하다.

경민의 범죄가 좀 더 치밀했다면 정말 웰메이드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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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

나름 신뢰도가 있는 배우 천우희 가 나오지만

익히 두 사람의 마이너한 시나리오 취향(내 기준에서)을 아는지라

별로 볼 생각이 없다가

예고편에서 귀신이 나오길래 갑자기 볼 마음이 들었다.


다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뭐지? 이 혼종은?'

여기서부턴 스포일러 포함일 수 있음




































사실을 추적하는 앵커의 이면 이라고 하기에는 방송국의 실상을 다루지 못 한 것 같고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 한 사람의 파괴적 행동 이라고 하기에는 그 단계가 석연치 않으며

어머니가 죽었다고 인격장애까지 올 정도로 모녀관계가 뒤틀려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

한 마디로 멀쩡히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어머니가 죽었다! 그래서 해리성 인격장애가 왔다! 라고 갑자기 툭 던져주는 느낌.


가장 추구했던 것은 아마도 심리 스릴러였던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세라 앵커가 사건 이전에도 무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던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우울증이나 신경증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어머니 죽음 하나로 해리성 인격장애가 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백 번 양보해서 극심한 충격으로 그렇게 됐다고 친다면

하다못해 어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좀 더 나왔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물론 초반에 그런 장면이 다소 나오긴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것 또한 실제 상황이 아닌 천우희가 그려낸 상황이란 게 밝혀지고

그렇다면 실제 모녀 사이가 어땠는지는 그저 천우희의 회상으로밖에 알 길이 없어지는 거다.

뒤틀어진 모녀 사이에서의 심리 스릴러 를 그리고자 했다면

좀더 천우희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했다는 느낌


그래서 왜 굳이 신하균까지 캐스팅 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 또한 든다.

보고 나니 신하균이 연기한 의사 역은 말 그대로 그냥 조연일 뿐이고

천우희의 증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는 것 외에는 역할이 없다.

중심이 되는 연기는 이혜영과 천우희가 하니까.

그런데 굳이 연기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신하균이 나서서

저렇게 존재감이 없는 역할을 해야 했나?

아마 신하균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천우희에 좀 더 집중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신하균이 나와버리니 그의 명성에 비해 미비한 존재감에 신경쓰여서

'이럴거면 굳이 왜 신하균을?'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


그래도 사람의 심리를 시각화 하는 장면들은 인상깊었다.

해리성 인격장애 자체에 집중해서 

왜 그녀에게 그런 증상이 나오게 된 건지 를 좀 더 고심해서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심리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녀 자살이 트리거가 된 건지

어머니의 죽음이 트리거가 된 건지

지금으로써는 아리까리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혼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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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책 내용을 듣고 비석 만드는 안쉐얼 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에 사게 된 책. 인물이 많이 나오고 이름도 지명도 익숙하지 않으니 읽다 헷갈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혔다. 다만 불만스러운 것은 안쉐얼에 대한 것들 뿐. 신선 같던 그녀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런 사건을 만든 것 까진 울며 겨자먹기로 이해한다쳐도 왜 마지막까지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가 의문이다. 그 시대 으례 일어나던 일이라서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치기에는 유난히 성폭력만 앞다투어 고증하지 못 해 안달난 것처럼 보여서 말이지.

킹덤 아신전과 장미의 이름 드라마를 볼 때도 들었던 생각이다. 저 시대에 저 상황이면 성폭력, 성착취가 일어난다는 건 굳이 강조 안 해도 알고 있다. 그런데 굳이 꼭꼭 짚어가며 한 씬이라도 넣는 건 왜인가.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결국 암시이자 명령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이런 때엔 여성을 겁간해야 하는 거야 라며.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책의 결말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눈보라 속에서 외침이 닿지 않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도 많았을텐데 왜 굳이 또 그런 방법으로, 하필 안쉐얼에게 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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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지만 부모를 향한 애증의 감정만은 알 것 같다. 그리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우아하지도 그렇다고 천박하지도 못 한 말하자면 이분법된 세계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 해서 혼란스러운 심정도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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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다른 아이들 이란 책에서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그를 개선시키기 위한 치료를 부모 의지로 시행하는 것은 청각장애인으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을 읽은 적 있다.
그 이후의 내용은 어려워서 기억하지 못 한다.

수많은 정상. 비정상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다른 것을 비정상이라 칭하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강요한다.

이를테면 난 사람과 어울리는 걸 싫어한다.
회식은 정말 최악이다.
(회식을 피하려고 연차까지 썼지만 사장의 강압으로 결국 참여하게 될 듯 싶다.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참석이라고 했는데 상을 당해도 참석해야 하는지 좀 궁금하긴 하다)

친구도 별로 없다. 제일 친한 친구와도 몇 년 째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톡만 주고 받고 있다.
쉬는 날 대부분 난 집안일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드라마나 책을 본다. 웬만하면 집을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직장에서 말하면 난 굉장히 이상한 혹은 특이한 사람이 되고 개중 오지랖과 사명감이 뛰어난 누군가 있다면 난 고쳐져야 할 무언가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자꾸 집에만 있으니까 더 우울한 거야‘ 라고.

물론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략 2년여전의 일이고 지금의 나는 운동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그림도 계속 그린다.
이것이 우울한 상태일까?
우울증을 진단받은 초기의 상태를 기억한다.
우울증이 오면 누워있는 거 말곤 아무 것도 못 한다.
지금의 나는 우울하지 않다. 단지 집에서 나가질 않을 뿐이다.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냥 그런 건데도 사람들은 정상으로 만들어 준다며 자꾸 선을 넘는다.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아주아주 돈이 많아서 집에서 안 나가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p.s. 근데 쓰고 보니 책이랑 상관없는 내용의 리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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