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
나름 신뢰도가 있는 배우 천우희 가 나오지만
익히 두 사람의 마이너한 시나리오 취향(내 기준에서)을 아는지라
별로 볼 생각이 없다가
예고편에서 귀신이 나오길래 갑자기 볼 마음이 들었다.
다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뭐지? 이 혼종은?'
여기서부턴 스포일러 포함일 수 있음
사실을 추적하는 앵커의 이면 이라고 하기에는 방송국의 실상을 다루지 못 한 것 같고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 한 사람의 파괴적 행동 이라고 하기에는 그 단계가 석연치 않으며
어머니가 죽었다고 인격장애까지 올 정도로 모녀관계가 뒤틀려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
한 마디로 멀쩡히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어머니가 죽었다! 그래서 해리성 인격장애가 왔다! 라고 갑자기 툭 던져주는 느낌.
가장 추구했던 것은 아마도 심리 스릴러였던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세라 앵커가 사건 이전에도 무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던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우울증이나 신경증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어머니 죽음 하나로 해리성 인격장애가 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백 번 양보해서 극심한 충격으로 그렇게 됐다고 친다면
하다못해 어머니와의 애착관계가 좀 더 나왔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물론 초반에 그런 장면이 다소 나오긴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것 또한 실제 상황이 아닌 천우희가 그려낸 상황이란 게 밝혀지고
그렇다면 실제 모녀 사이가 어땠는지는 그저 천우희의 회상으로밖에 알 길이 없어지는 거다.
뒤틀어진 모녀 사이에서의 심리 스릴러 를 그리고자 했다면
좀더 천우희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했다는 느낌
그래서 왜 굳이 신하균까지 캐스팅 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 또한 든다.
보고 나니 신하균이 연기한 의사 역은 말 그대로 그냥 조연일 뿐이고
천우희의 증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는 것 외에는 역할이 없다.
중심이 되는 연기는 이혜영과 천우희가 하니까.
그런데 굳이 연기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신하균이 나서서
저렇게 존재감이 없는 역할을 해야 했나?
아마 신하균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천우희에 좀 더 집중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신하균이 나와버리니 그의 명성에 비해 미비한 존재감에 신경쓰여서
'이럴거면 굳이 왜 신하균을?'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
그래도 사람의 심리를 시각화 하는 장면들은 인상깊었다.
해리성 인격장애 자체에 집중해서
왜 그녀에게 그런 증상이 나오게 된 건지 를 좀 더 고심해서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심리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녀 자살이 트리거가 된 건지
어머니의 죽음이 트리거가 된 건지
지금으로써는 아리까리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혼종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