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펐다. 무엇보다 그레이스가 너무 안타까웠다.

2. 예전에 읽은 `프린세스 안나` 에선 건축가였다가 이혼 후 외국으로 나가 말년에는 주유소 직원이 되어 있는 안나의 아버지가 나온다. 안나는 그 역시 아버지가 원했던 삶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제 의지대로 꾸려가는 삶이 목적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건 어쨌든 의지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3. 아직 그림을 그만두진 않은(하지만 버티고 있을 뿐인) 동기들과 업계에선 살아남았지만 그림은 없어져 버린 동기들이 생각났다. 어느 쪽이 더 나을지는 이도 저도 아닌 나로서는 모르겠다.

4. 아직도 텅 빈 방을 꿈꿀 때가 있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대답을 바랄 때도 있다. 이 같은 이중성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의 비겁함에 치를 떤다. 스토너도 그랬던 적이 있을까.

5. 바라건대 모두 고요해지기를. 그리고 평안하기를.
답지 않게 착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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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이 두고 두고 읽히는지와 동시에 왜 끝까지 읽기가 힘든지를 동시에 깨달은 기분. 제일 인상적인 건 내가 당신을 끌어내렸노라 고백하던 테레자의 말. 인생과 인생이 겹쳐져 소리를 이루고 합창이 되기도 하면서 군데군데 불협화음이 있는 악극을 만들어냈다는 느낌. 소설보다는 잘 연결된 극의 느낌이며 문장은 누군가의 독백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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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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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행히도 방에서 집까지 뻗어나간 정도였던 '흑백' 의 스케일이

   이젠 동네와 이웃동네까지 뻗어나가게 되어

   순서에 맞게 사건 나열하는 데는 쥐약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퍽 따라가기 힘든 책이 되어버렸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사람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

 

2. 무엇보다 이름이 너무 비슷하다. 구로스케인지 나오타게인지...

    아마 내가 일본어를 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납득은 하지만서도 헷갈리는 건 헷갈리는 거다.

 

3. 한 다리 건너 온 이야기의 빈도가 높다.

   흑백의 경우 '흑백의 방에서 치뤄지는 괴담대회' 라는 상황을 만듬으로써

   주인공이 괴담을 알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나 '흑백' 이라는 책 이후에 나온 후속작임을 의식해서인지

   어떻게 이 이야기가 주인공에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에 대한

   상황과 설명을 덧붙인 게 눈에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흑백에 비해

   인과관계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부분이 좀 많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


4. 이런 류의 괴담은 시리즈에는 적합하지 않다 는 것이 나의 오랜 선입견이다.

    그나마 이를 깨준 것이 렌조 미키히코의 정사 시리즈이고

   (허나 이는 괴담보다는 연애담이라는 말이 어울리니 예외인 듯)

    이를 다시금 확고하게 해준 것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시리즈이다.

   (...무슨 시리즈를 봤는지도 기억 안 남;;;)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미미여사이니 나도 이 책을 참 좋게 봤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내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과 너무 많은 사건이 등장했고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깔아놓는 상황 역시 너무 과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자연스레 융화되지 않고 너무 드러났다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

 

5. 역시 시리즈는 내 갈 길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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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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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미스터리물의 붐이 일기 시작할 때부터 몇 권(혹은 꽤 많은 양)의 책은 읽긴 했지만서도

   글쎄. 썩 강한 인상이 남은 작품이 없었다.

   딱히 일본 미스터리물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 싶다.

   이유가 있다면 아마 기담은 좋아하되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싫어하는

   나의 편협한 취향 탓이리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크고 깊은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또 단편은 잘 읽지 않는다니 참 복잡한 취향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 손을 거쳐 간 꽤 많은 양의 일본 미스터리물 중 살아남은 건 몇 권 되지 않으며

   살아남은 책들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2. '흑백' 의 경우 괴담에 대한 내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에서 시작하여 집으로까지 확대되는 이 스케일은

    썩 좋아하지 않는 일련의 방식을 답습한 것처럼 느껴졌고

    예쁜 것, 아름다운 것 - 이라는 식의 묘사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부분은

    '아름다워서 더욱 처연한 기담' 를 만들고자 한 기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미미여사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였다.

 

 

3. 상처가 있는 사람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며 그것을 쓰다듬는다-

   굳이 문학 장르가 아니더라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도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효험이 있다고 믿어지기도 하고.

   다만 이러한 도식을 적용했을 때 짐작되는 책의 마지막은

   '결국 주인공은 상처를 이겨내고 삶을 마주하였네' 이다.

   허나 흑백은 그것과 조금 다르게 주인공을 다시금 자신의 상처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또다른 죄를 덧입혀서.

   이것이 '안주' 라는 후속격의 글을 염두에 두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막판 뒤집기 한 판으로써는 꽤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주인공이 다시 상처로 되돌아간 것이.

 

 

4. 이 책이 언제까지 내 책장에 꽂혀 있을지는 모르겠다.

   뒤집기 한 판의 효력으로 이제껏 읽어온 괴담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인식은 있으나

    내가 좋아하는 렌조 미키히코의 정사 시리즈나

    나쓰히코의 웃는 이에몬 정도의 애착은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미미여사가 다르긴 한가 보구나 하는 것.

   과연 '안주' 를 재독할 때까지 이 인상이 유지될 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지금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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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읽어온 단편소설들에 비해 이미지가 선명하다. 그리고 단편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어려움(작가와 일상을 공유하지 못 한 탓에 내용에 공감하지 못 하는 어려움) 이 없다. 이미지는 펼쳐지고 난 그냥 그걸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불꽃놀이 같은 소설들이다 + 전작 개그맨도 사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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