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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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은 2012년,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대상 수상작이다.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지만, 엄마노릇을 해주는 생명로봇이라니 좀 섬뜩하다. 영화나 책에서 만난 것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되는 걸 우리는 종종 경험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점점 발전되고, 인터넷 사이트에선 동물을 키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이를 키우는 게임이 유행한다. 이런 추세라면 생명장난감인 엄마를 주문해서 사용하는 발칙한 상상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거 같다.


엄마들은 밖에 나와서도 핸드폰으로 자녀들을 원격조종하는데, 오히려 엄마의 존재감은 위협받는 세상이다. 과연 아이들은 엄마를 어떤 존재로 생각할까? 끊임없이 잔소리나 해대는 귀찮은 존재, 만날 공부나 하라고 몰아세우는 사람, 엄마도 제대로 안하면서 완벽하기를 요구하는 욕심쟁이? 엄마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책은 재밌게 술술 읽었는데 리뷰쓰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내가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느라고...  고2가 된 우리 막내가 두 살 때, "엄마는 뭐하는 사람이야?" 물으면 "엄마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었다. 난, 지금도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좋다. 그래서 태성이가 소리친 엄마의 정의에 따르자면 나도 불량품이다. 어쩌면 엄마들 스스로도 태성이와 같은 정의를 내리지 않을까?

 

현수에게 네 엄마는 불량품이라고 소리치는 태성이의 말을 들어보자.

"엄마가 아침에 깨워 주지 않으면 불량품인 거지. 그리고 너 어제 입은 옷을 오늘도 입고 왔잖아. 그것만 봐도 네 엄마는 불량품이야"(48쪽)
"엄마는 아이를 돌보라고 있는 거야. 청소랑 빨래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 주고, 뭐든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 주는 게 엄마야. 아침엔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밥 차려 놓고 날 깨워 줘야지, 그게 아니면 엄마가 왜 필요하냐?"(49쪽)

태성이의 말처럼 엄마는 이런 역할을 하는 존재이고, 역할을 잘하지 않으면 불량한 엄마일까?
현수가 할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를 보면, 현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드러난다.

"네가 생각한 엄마는 어떤데?"

"안아 주고, 책도 읽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엄마요."(67쪽)

태성이가 정의하는 엄마와 현수가 생각하는 엄마가 합체된 이상적인 엄마도 여전히 뭔가 해줘야 되는 사람이다. 엄마란 존재는 역할을 통해서만 그 가치가 증명되고 인정받을 수 있나?  

 

현수에게 배달된 엄마는 완벽한 제품이라는 사용설명서에도 불구하고, 현수가 바라는 엄마가 되어 주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현수에게 말한다.

"엄마는 불량품이 아니라,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엄마에게 알려 주면 어떻겠니? 엄마는 너를 처음 보아서 모르는 것일 뿐이니까 말이다."(73쪽)


이 부분을 읽으며 <동갑내기 울 엄마>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아기를 낳아야 엄마가 되니까 아이와 같이 나이를 먹는 동갑내기 엄마라는 말이 꽤 설득력 있었다. 엄마노릇이 버거워 아이를 방치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엄마들 소식이 종종 들린다. 엄마노릇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엄마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살펴볼 것이고, 이 책을 엄마가 읽으면 제대로 엄마노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생명장난감은 진짜 엄마처럼 마음을 갖고 사랑하거나 웃으면 불량품이라고 파란 사냥꾼에게 잡혀가 폐기된다. 현수의 엄마는 현수가 가르쳐준대로 책도 읽어주고 산책도 하며 다정한 엄마가 되었더니, 불량품이라고 파란 사냥꾼에게 쫒긴다. 현수와 엄마는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싫었지만, 아빠는 엄마를 안전하게 도피시킨다. 현수는 엄마가 떠난 후에야 완성하지 못했던 가족 그림에 엄마 얼굴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요렇게 끝나지 않고 뭉클하고 행복한 마무리다. ^^

 

 

태성이의 장난감이었던 고릴라가 같이 놀고 싶어서 똥을 집어던지는 건 태성이에게 배운 것이고, 현수 엄마가 하는 것은 현수에게 배운 것이다. 고릴라와 현수 엄마의 모습에서 '본대로 배운대로'라는 말이 고스란이 드러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고, 부모 또한 자식의 거울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의 부재로 엄마의 존재를 깨달으며, 엄마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엄마 없는 아이가 생명장난감인 엄마를 주문해 사용하는 황당하고 발칙한 이야기는 엄마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생각케 한다. 그렇다면 엄마가 있는 아이들과 가족은 모두 행복한가? 과연 엄마는 자기 편할 대로 부려먹기만 하는 희생만 하는 존재여야 할까? 엄마를 어떻게 써야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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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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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엄마노릇을 해주는 생명로봇이라니, 엄마의 존재감이 위협받는 세상이다. 과연 엄마는 어떠해야 하며 엄마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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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생쥐 신나는 책읽기 25
권영품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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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생쥐>는 2010년 제1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다. 꼬리 잘린 생쥐 '빠른발'과의 만남에도 인연이 닿아야 했는지, 책을 사두고 2년이 지나서야 읽었다. 나이테가 굵어질수록 세상 일들이 거저 되는 게 없고, 원인 없는 결과도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빠른발'의 종횡무진도 생존을 위한 본능이기에 공감이 됐다. 연지네 반 아이들에게 햄스터로 인식된 생쥐 '빠른발'의 대단한 활약은 기대할 만하다. 

 

적당한 과장과 허풍쟁이 빠른발, 매력적인 의인동화다. 생쥐 '빠른발'은 허풍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빠른발'은 우리가 아는 주변의 누군가로 대입해도 수긍될 만큼 사람과 닮은 꼴이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싸우다 꼬리를 잘렸다고 '뻥'을 치는 배짱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래서 쥐 이야기지만 우리 사람들 이야기로 생각해도 무리없는 의인동화다.^^

 

잘난 쥐와 못난 쥐로 편 가르는 학교쥐법 고양이한테 혼쭐이 난 빠른발은 고양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꿈꾼다. 고양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은 오직 하나 '학교'라는 걸 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교로 잠입한다. 학교로 들어가기까지 우여곡절은 마치 내가 빠른발인 양 덩달아 긴장됐다. 잘난 쥐들만을 위한 '학교쥐법'은, 상위 1%를 위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는 MB정부가 생각난다.

 

학교 쥐 법 제1조. 학교에 사는 모든 쥐는 잘난 쥐와 못난 쥐로 나눈다.

학교 쥐 법 제2조. 잘난 쥐는 교실에서, 못난 쥐는 화장실에서 산다.

학교 쥐 법 제3조. 잘난 쥐들만 학교에 새로 이사 올 수 있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잘난 쥐들이 구분한대로 못난 쥐로 화장실에서 사는 회색쥐는 빠른발과 친구가 되어 영향을 받는다. 잘난 쥐들에 눌려 겁먹고 주눅들었던 못난 쥐들은 빠른발의 용기에 힘입어 함께 싸우고자 일어선다. 세상에 불의가 판친다고 낙심하기보다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전사가 되어야 한다. 잘못된 학교쥐법을 뜯어고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일어설 때 얻게 된다. 빠른발과 못난 쥐들이 잘난 쥐와 벌이는 한판 승부는 압권이다. 교실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쥐들은 정말 똑똑하다.ㅋㅋ 그리고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판화 그림도 멋지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다. 빠른발은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았다. 무서운 고양이를 피한 학교에서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물리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잘난 쥐들을 물리친 빠른발 멋지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걸 우리가 배워야 한다. 쥐띠인 나는 빠른발과 비슷한 속성을 가졌다. 심야족이고 앞길에 장애가 있으면 비교적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모험도 필요하지만 맞서는 승부근성도 필요하다.

 

우리 교실에도 쥐가 있을까 겁먹지는 말자. 작가는 초등교사로 실제로 교실에서 있었던 햄스터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낮에는 연지네 반 친구들이 공부하는 교실이 밤중엔 쥐들의 소굴이 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다. 우리 애들 어려서 교실청소 하던 10여 년 전에는 교실에서 쥐구멍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워낙 방역과 방서가 잘 되어서 교실에 쥐가 출몰하는 일은 없으니 겁먹지는 말자!^^

 

나는 잘난 사람일까, 못난 사람일까?
어떤 잣대로 평가하느냐에 달렸겠지만, 누군가 나를 못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눅들지 말 것이며,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의기소침하지도 말자. 요즘은 애어른 할 것없이 돈을 최고로 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잘난 사람이거나 성공한 인생도 아니다. 살아가면서 자기 앞에 닥치는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스스로 잘난 쥐라고 생각한 '빠른발'처럼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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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김정헌/검둥소/2012.2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한 완도.보길도 1박 2일 답사에서 우리 모녀가 너무너무 반했던 김정헌 쌤~책이 나왔다. 2월에 나왔는데 이제야 발견하고 쾌재를 부르는 중이자만, 인터넷에서 찾아 읽고 사이트 구경도 했었기에 더욱 반갑고 신난다.
 4월 20일, 생일을 맞는 큰딸 선물로 주문하고, 작은도서관 이야기도 나오니까 또 한 권 ~~^^

우리 시대 대표적 예술가 김정헌
예술로 물든 ‘마을 공화국’을 꿈꾸다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는 예술의 사회적 참여를 주장한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현실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을 주장하고 작품 활동을 해 온 화가 김정헌이 새로운 ‘마을 공화국’을 꿈꾸며 쓴 책이다. 이 책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예술가가 사는 마을’이라는 제목으로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연재되었던 답사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서 부당하게 해임되고 마을 답사를 시작했다. 지역에서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그동안 꿈꿔 왔던 ‘마을 공화국’ 실험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1부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 는 현재 마을에 뿌리내리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방문하여 어떻게 마을에서 자리 잡고, 예술가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더불어 지역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술가들이 마을에 오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서도 좀 더 생생하게 알아본다.


2부 ‘예술가, 마을 공화국을 꿈꾸다’ 에서는 예술과 지역 주민들이 잘 어우러진 대표적 지역을 살펴본다. 진안 백운면, 하동군 악양면, 합천 가회면, 창년 우포늪, 제주도 가시리, 서귀포시 월평마을, 공주 우성면 충남교육연구소, 이천 율면 부래미마을을 살펴보고 마을이 예술을 취해 성공한 모습을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사업 정보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 준다.

 

부록에서는 진안에서 몇 년에 걸쳐 진행된 마을 조사 사업에 대해서 1, 2, 3기 조사 단장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마을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여러 측면들을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답사 중에 있었던 마을에 관한 이야기 캠프도 실려 있다. 이 캠프에서는 마을 살리기에 관심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예술과 마을이 상생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알라딘 책소개)

 

김정헌 선생님이 그려서 우리딸에게 주신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

 

접힌 부분 펼치기 ▼

 김정헌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

 

펼친 부분 접기 ▲

 

우리 모녀가 왜 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http://blog.aladin.co.kr/714960143/5033627 

http://blog.aladin.co.kr/714960143/504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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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4-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때 즉석에서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분이군요. 가보로 두고두고 간직하셔야겠어요.

순오기 2012-04-19 00:41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예, 가보로 간직해야지요!^^

하늘바람 2012-04-1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선물해 주신 그림 참 멋집니다

순오기 2012-04-19 00:41   좋아요 0 | URL
세상에 하나뿐이기에 더 소중하죠!^^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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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안 선생님의 '초정리 편지'는 2006년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2006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고, 2007년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이다. 초등고학년이면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한글날인 10월 9일이 공휴일이라면 놀러가느라 오히려 한글날의 의미를 새기거나 기념하는데 소홀할지 모른다. 다행히 학교가는 날이라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뜻을 새기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이 되는 거 같다.

우리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문자고,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다. 또한 한글은 배우고 쉽고 활용성이 높은 소리글자다. 24개의 모음과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과학적이며 우수하다고 세계가 인정한 우리글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를 받는다. 글로벌시대라며 우리글도 미처 깨우치지 못한 꼬마들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배우느라, 우리글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해도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외국어로 표현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초정리 편지>는 세종대왕이 초정리로 눈병을 치료하러 갔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훈민정음을 만든 후 실험했을거라는 작가적 상상을 더하여 그려낸 이야기로 상당히 흡인력이 있다. 토끼 눈 할아버지가 된 세종대왕은 초정리에서 만난 장운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장운은 누이 덕이와 오복에게도 알려준다. 그 후, 드난살이를 떠난 누이와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대목은 참 감동적이다. 또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석수장이로 대궐 공사장에 간 장운이가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느라 바닥에 쓴 글자를 보고 토끼눈 할아버지인 세종대왕과 만나는 장면은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실제 있었던 일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이 있고, 어영부영 묻어가면서 남 잘되는 꼴은 못보는 시기쟁이도 분명 있는데, 이런 이들이 초정리편지에도 등장한다. 장인정신으로 돌확을 만드는 장운이는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정신과도 겹쳐졌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운 마음씀씀이도 우리네 소박한 정이 묻어 나와 좋았다.

어린 백성을 미쁘게 여기사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뜻을 잘 담아낸 작품으로, 이 책은 이야기 단락을 ㄱ,ㄴ,ㄷ으로 표시하였다. 간간이 나오는 편지에선 지금과 다른 훈민정음 창제 때의 표기를 볼 수 있는데, 그때의 표기에 풀이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지만, 한 면에 그려진 그림이 어찌나 고운지 우리 산수화를 보듯 그림에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고, 책을 읽고 나서 그림만 주욱 살펴보아도 좋다.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리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은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세종대왕이고, 그래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 되었다.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기리고 우리글을 사랑한다면 <초정리 편지>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에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서 세계 기록 유산 70호로 지정하였, 또한 1990년부터 매년 9월 8일에 세계에서 까막눈(문맹) 퇴치에 크게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수여한다. 이것은 한글의 가치와 공적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상징으로 우리의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세계가 우수하다고 인정한 한글을 바르고 곱게 쓰고 사랑하자!^^

 

*문답으로 알아보는 한글, 한글날

1. 2012년은 훈민정음 반포 몇 돌이 되는 해인가?
2. 한글날은 언제, 누가 정했을까?
3. 왜 음력 9월 29일이었을까?
4. 기념일이 양력 10월 9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5. '한글'이란 글자 이름의 뜻은 무엇일까?
6. 한글로 씌어진 최초의 책은 무엇일까?
7. 최초의 한글 전용 신문은 무엇인가?

정답은 접힌 부분에~ ^^

접힌 부분 펼치기 ▼

 

1.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때는 세종(1392-1450) 28년인 1443년 12월이지만, 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3년 뒤인 1446년 9월이다. 올해는 한글 반포 566돌이다.

 

2. 지금의 한글날은 세종대왕 훈민정음 반포 480돌을 기리기 위해 1926년 조선어 연구회(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을 '가갸날'로 정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3. 세종실록에 '세종 28년 9월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는 기록을 좆아 이 달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29일을 반포일로 삼았다. 그러다가 1928년에는 '가갸날'을 '한글날'로 고쳐 불렀고, 여기서부터 한글이란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4. 한글날이 10월 9일로 바뀐 것은 1945년인데,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정통 9월 상한'이란 기록이 있어 이를 근거로 9월 상순의 끝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 것이다. 1946년에는 정부에서 공휴일로 정해서 기념해 도가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5. '한글'은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창제 당시에는 '훈민정음'이라 불렀는데, 이밖에도 '언문, 언서, 반절, 암클, 가갸글, 국서, 국문, 조선글' 등으로 불렸다. 특히 '언문'이란 이름은 세종 당시부터 널리 쓰이다가 근대화 되면서 '국문'이라 부르다가 1910년대 들면서 '한글'이란 이름이 쓰이기 시작했다. 한글이란 이름은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님이 붙였다.

 

6.1447년 5월에 나온 <용비어천가>로 모두 125장의 노래로 엮어졌다.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7. 1896년 4월 7일, 서재필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만든 <독립신문>이다. 현재 발간되고 있는 한글 전용 신문으로는 '한겨레 신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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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4-1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이 요즘 이 책 읽고 있어요. 제가 읽으라고 강권(?)하였죠. 이 책 때문에 배유안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죠.

순오기 2012-04-18 01:2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책을 좋아하는 따님은 충분히 재밌게 읽고 작가님도 좋아하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