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송편 드세요~

2013년 3월 11일부터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고려인마을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책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4~5명이던 어린이집 아이들이 지금은 16~17명이 되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그림책 동아리 식구들이 함께 한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고려인 선생님이 통역하지 않으면 소통이 안돼 난감하기 일쑤다.

내가 러시아 말을 배워서 아이들과 소통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실천이 안된다.ㅠ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일지를 확인해보니 그동안 읽어준 책이 거의 60권이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두세 번 읽어 준 적도 있지만, 17개월 동안 제법 많은 책을 읽어줬다.

같이 몸으로 놀아주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많아서 몸으로 놀아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가끔은 놀이터나 공원에 데려가 자연에서 놀게 한다.

 

 

 

오후에 책을 읽어주는 날에는

아이를 데리러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엄마 아빠와 인사는 나눴지만 대화를 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고려인 엄마들이 우리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오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이 모두 한 권씩 볼 수 있도록 그림책을 대출해주는데

고려인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찾아온 건 지난 9월 14일이 처음이었다.

엄마들은 인근 공단에 일자리를 갖고 있어 일요일에만 쉰다.

고려인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한국역사와 한국어도 배운다.

 

도서 대출 기간은 2주지만 연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이용하라고 했다.

그래도 지난주에 반납을 못한다고 미리 전화로 알려왔고 이번 일욜에 왔다.

류다씨는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우고 있다며 <용선생의 한국사> 시리즈를 차례로 빌려가고...

 

 

 

 

 

 

 

 

 

 

한국어 낱말 뜻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 <나의 첫 국어사전>과

예전엔 빵을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한국에 와선 시간이 없어 만들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며 <사계절의 홈베이킹>을 빌려갔다.

다음엔 <아름다운 가치사전>과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를 예약했고...

 

 

 

 

 

 

 

나탈리아씨는 한국요리에 관심이 많다며 요리책을 빌려갔다.

일요일엔 개관하지 않고 편히 쉬는데

이제는 도서관 이용자인 그녀들을 위해

일요일에 집을 비우게 되면 문자로 알려주기로 했다. 

 

앞으로 일요일에 책바꾸러 오는 그녀에게 러시아어를 배워볼까...

내가 알고 있는 러시아어 낱말은 열 개 정도.

마마, 파파, 바부시카, 제두시카, 옴으니밈샤, 고쓰가, 우가시니에, 부스트라, 비블리오치에카, 야 도제 미내 도제, 하라쇼 말라지, 나샤 이스토리아...그들이 하는 말을 우리말로 옮겨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다.ㅋ

 

 

고려인 엄마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살아야 되니까 한국어를 배워서 의사소통이 되지만,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워도 러시아어를 생활언어로 쓰기 때문에 소통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열심히 러시아어를 배워야 아이들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될테니 도서관 이용자 엄마들께 하나씩 배워보자.

그들에게 우리도서관 책이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imssim 2014-09-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멋져요, 화이팅!

순오기 2014-09-23 14:13   좋아요 0 | URL
멋지기로야 중전님이 최고죠!!^^

희망찬샘 2014-09-2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근사해요. 당장 이루어지는 일보다 서서히 이루어지는 일이 더 멋지네요.

순오기 2014-09-29 02:4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기다려서 매주 찾아가야 되는데 9.10월은 일정이 꽉 차서 빠질 수밖에 없네요.ㅠ
그래도 짬나는대로 오전에 못가면 오후에라도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스케줄 조정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