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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기차 여행>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이 책의 장점은 독자들이 기차여행을 꿈꾸게 된다는 것! 자가용 시대의 여행이란 기차나 대중교통보다는 당연히 승용차 여행이 주를 이룬다. 특히 아이들 어릴 때 가족나들이는 자가용 이용이 당연시 된다. 하지만 이젠 자가용으로 떠나는 여행에 싫증이 날 때도 됐으니, 이 책을 보고 기차여행을 떠나면 딱 좋을 거 같다. 기차 노선을 따라 지역별로 나누어 그린 지도는 중요한 것들이 한 눈에 쏙 들어오도록 안내한다. 단편적으로 알던 것들을 그 지역 어디쯤 위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고, 눈으로 보는 지도는 독자의 머리 속에도 지도가 그려져서 어림짐작을 하게 된다. 나는 동네에서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머리 속에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이 넉넉하면 그 길을 사방으로 걸으면서 내 머리 속에 지도를 그려둔다. 그렇게 하면 주변 도로가 다 연결돼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 책은 보는 책으로는 판형이 커서 좋은데 여행할 때 갖고 다니며 안내를 받기는 어렵겠다. 스마트폰 시대라 지도검색만 하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굳이 큰 책을 갖고 다닐 필요는 없겠고, 여행을 떠나기 전 예비학습 책으로 좋다. 특히 초등생 눈높이 설명이라 자녀와 함께 여행지를 살피며 보충자료도 찾아보면 좋겠다. 나는 여기 소개된 코스를 모두 기차여행을 했기 때문에 추억을 되새기며 즐겁게 봤다. 실제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전체를 조감하는 풍경을 볼 수는 없다. 다만 스치는 창밖 풍경을 잡아두려고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이 책은 KTX로 떠나는 여행이라 서울역이 아닌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KTX는 용산역에서 타지만,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는 서울역에서 탈 수 있다. 일반 기차는 대전역에서 KTX는 서대전역에서 탄다. 전국의 독자를 생각한다면 요런 세심한 부분도 안내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살짝 아쉽다. 내가 서울이나 부산에 갈 때 기차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건, 고속버스에 비해 운행간격도 뜸하고 운행시간도 길며 요금도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에서 부산으로 바로가는 KTX는 없다. 광주에서 서대전으로 가서 부산가는 열차로 환승해야 된다. 부산에서 광주로 돌아올 때도 서대전에서 환승해야 되고... 영호남의 기차여행은 경전선으로 바로 가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열차다.
아래 지도에 그려진대로 용산에서 호남선을 타고 광주송정역까지, 다시 광주송정역에서 경전선으로 부전역까지, 동해남부선으로 부전역에서 경주역까지, 경주에서 영주까지는 중앙선으로, 영주에서 정동진까지는 영동선을 타고 가는 기차여행이다. 코스마다 여행하는 주인공이 달라지는 색다른 구성으로 릴레이 형태로 진행된다. 뒤편에 우리땅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덧붙인 것은 기분 좋은 보너스 같다!
가비와 다비가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와서 광주송정역에 내린다. 본래 송정리역으로 1913년에 개통하여 100년이 된 역이다. 작년에 우리구에서는 100주년 기념행사도 갖고 자료집도 만들었다. 1988년 장성-송정리간 복선 개통으로 신역사를 마련했고, KTX 가 다니면서 광주송정역으로 이름을 바꾸고 역사도 옆으로 옮겨 규모를 키웠다. 지난 겨울 우리 도서관에 왔던 오공주 멤버들도 눈이 쏟아지는 광주송정역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갔다.
작년 여름엔 푸른길해설가들과 경전선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우린 홍이 가족처럼 광주송정역에서 기차를 탔지만 종착역인 부전역까지 가지 않았다. 돌아오는 시간 때문에 삼랑진역에서 내려 골목투어를 하고 버스로 부산까지 가서 부산역 앞에서 국밥을 먹고 고속버스로 돌아왔었다. 기차여행의 낭만인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먹으며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빠지기도 했고, 삼랑진 골목길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월령별로 다 만나는 행운을 누렸고, 투어 후에 먹은 아이스크림은 혀끝으로 맛보는 유년의 추억이었다. 푸른길에서 늘 만나는 꽃댕강을 삼랑진 화단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고, 그 진햔 향기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정동진까지의 무박 기차여행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기차여행 1순위 아닐까... 밤새 달려서 정동진에서 해맞이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학창시절 재잘거리며 떠났던 수학여행처럼 또래끼리 뭉쳐 해맞이를 떠나도 좋겠다. 정동진 사진은 아이들 어릴 때, 시댁 형제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앨범에 꽂혀 있는 사진을 찍어 올리기 번거로워 넣지 않았다. 입체적인 지도를 보여주면서 끝에 한반도 어느 위치인지 빨간 표시도 좋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순천만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다. 최고의 풍경은 하얀 눈에 덮인 갈대밭이 압권인데, 아직 내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 책에는 안 나왔지만, 순천만 갈대를 보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무진기행 김승옥 문학관과 오세암의 정채봉 문학관이 있다. 우리 문학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그곳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아무도 궁금하진 않겠지만, 우리집은 광주송정역과 택시요금 5천원 정도의 거리로 지도 왼쪽 아래 소촌공단과 하남공단 사이의 주택단지에 위치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페이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