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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이 내용보다는 제목을 잘 지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 있을 것이다. 이 책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도 제목으로 낚았구다 싶었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시골집이라 해도 2천만 원으로 산다는 게 말이 되나? 누구라도 의문이 생길 것이다. 대체 어떤 집을 어떻게 2천만 원에 샀지? 궁금해서 책을 사보게 될 테니까...
제목에 낚였을지라도 진실은 알고 가자~ 충청남도 서천에서 대지 100평, 건물 22평인 집을 2천 5백만 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개조비용으로 5천 1백 12만원이 들었고. 물론 집주인이 시골집으로 왔다갔다 한 경비는 들어가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도 시골집을 2천만 원에 샀다고 제목을 뽑은 건, 분명한 낚시다.

시골이든 도시든 단독주택을 매매할 경우 지불하는 돈은 솔직히 땅값이지 건물값이 아니다. 주택을 매매하는 사람들도 실제 땅값으로 생각하지 건물값으로 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치른 2천 5백만원도 땅값이지 집값이 아니고, 실제 개조비로 든 5천만원을 집값으로 봐야 맞을 것이다. 우리집도 대지 67평에 건평 30평으로 25년전에 지었지만 2억이 못되는 현시가를 땅값이라 생각하지 집값이라 치지 않는다.
우리도 25년 전 시골집을 사고 싶어하는 남편 때문에 시댁 형제들과 남평으로 집을 보러 갔었다. 광주와 가까운 남평집은 대지 80평에 당시 2천만원이 넘었다. 여러번 전매가 되어 오를대로 오른 값이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절대 시골에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부지런하지 못한 울 남편이 과연 시골생활을 할 수 있을까 믿음이 가지 않아 대충 둘러봤다. 당시 2천만원이면 변두리 아파트 30평 전세를 들 수 있었는데... 남편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한 시아버지가 "이 시골에 **에미 데려다 놓으면 안살고 가버리겠다!"는 한마디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그후에도 남편은 시골집에 미련을 못버리고 무등산자락 선산 밭에 배추를 심는다 열무를 심는다 주말에 비싼 기름값 써가며 행보했지만, 벌레들이 다 뜯어먹어 푸성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접어 버렸다.ㅋㅋ
5도2촌 생활은 결코 도시인이 꿈꾸는 낭만이 아닌 현실이어서 "왜 시골집을 사려고 하는가?"를 먼저 결정하고 각오해야 될 일이다. 이 책은 시골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 개조할 땐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하는지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꼼꼼하게 알려준다. 진짜 시골집을 사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특히 집을 점찍었다면 동네 어르신들한테 그 집에 대한 정보를 귀동냥하는 것은 필수!!

저자는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남들이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꿈꾸는 집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가족간에도 의견이 다르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똑심있게 밀고 나가는 게 쉽지 않다. 실제 공사를 하는 사람들도 자기들 고집이 있어 주인이 요렇게 저렇게 해달라는대로 술술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집을 지을 때 실제로 예산이 부족해서 못한 것도 있지만 공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생각대로 밀고나가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집은 세번을 지어봐야 맘에 드는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자기 주관대로 꿋꿋하게 개조하고 인테리어도 본인이 흡족할만큼 잘 해냈다. 사진으로 엿보는 재미도 좋았다. 그렇다고 모두 다 내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역시 전문가라서 인테리어 팁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천상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서천에 집을 사고 개조한 후 몇 년이나 살았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5촌2도의 생활을 사계절만 겪어봐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선생도 주말에 시골집에 가서 편히 쉬고 올 생각으로 충남 부여 반교리에 휴휴당(休休堂)이라 명명한 8평짜리 집을 지었는데, 2011년 5월 선생님과 같이 부여답사를 갔을 때 "이놈의 풀은 잠도 안자고 커!"하는 넋두리와 사모님께서 "쉬러 오는 집이 아니고, 쉬는 걸 쉬는 집"이라고 했다는 말씀을 전하며 웃었다. 유홍준 선생님 집은 땅이 300평이나 돼서 풀날 곳이 많기는 했지만.ㅋㅋ 농사를 안 지어도 시골집은 손갈데가 많아서 쉴짬이 없다.

집을 사서 고쳐서 시골생활을 5년 이상 해보고, 이 책 이후의 생활과 생각을 다시 책으로 내도 좋을 듯하다. 그래야 시골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시골생활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 될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