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너무너무 예쁜 시집, 아니 시조집이 나왔다.
시조시인 정혜숙님도 보는 순간
마음에 쏙 들었다며 흡족한 미소를 귀에 걸고 있었다.^^
어제 빛고을엔 엄청난 천둥과 비가 내려서
별로 무서울 것 없는 나도 더럭 겁이 났었다.
태풍이 몰아쳐도 폭우가 쏟아져도
짐짓 담담한 것처럼
보초를 서야 한다던 군대 간 아들 생각도 났고...
건설 현장에서 동분서주할 남편도 생각나고
수시 전형에 맞추느라 자소서와 씨름할 막내도 생각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고 마음을 비운 큰딸도 떠올랐다.
짐짓 담담한 것처럼
전생, 어느 길목에서 우린 만났을 거야
첫 상면이 전혀 낯설지가 않구나
나 짐짓
담담한 것처럼
너를 받아 안는다
오린 듯 작은 입술, 분홍빛 달싹입과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다정한 이 온기
오래 전
어느 전생에서
우린 분명 만났을 거야
부드러운 숨결로 나를 매혹하며
온몸으로 건네는 환한 전문을 읽는다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살면서 짐짓 담담한 것처럼 얼굴에 드러내진 않아도
얼마나 많은 문제로 속이 시끄럽고 지옥같은 순간을 맞딱뜨리는지
속마음까지 다 감추진 못한다.
오늘은 어떤 일에 짐짓 담담한 것처럼 속내를 감추어야 할까...
오늘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생에서 만나는 그들로부터
어떤 감동을 받고 아름다운 고백을 하게 될지....
외손녀를 맞이한 시인의 감동이 고대로 전해지는 절창!!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