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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세트 - 전3권 ㅣ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애니메이션 제작 : 명필름 오돌또기,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엮음, 원작동화 황선미 / 사계절 / 2012년 11월
우리집에는 3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2000년 12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전폭적 사랑으로
어린이용 반양장본, 에니메이션 그림책과 영화도 무한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황선미 작가 최고의 책으로 꼽는데
애니 코믹스 세트는 줄글 책보다 뭉클하고 찐한 감동은 덜하지만
독자에게 잎싹과 초록머리처럼 또 하나의 꿈을 갖게 할 책이다.
6년이나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듯 그림이 참 멋지다.
1.2.3권으로 나누어 소개하는 차례 장면만 봐도 그림에 반하게 된다.
2.3편도 보여주고 싶지만 직접 확인하는 기쁨을 빼앗지 않으려고 꾹 참는다!^^
1.2.3권의 내용에 따른 캐릭터 소개도 매력적이다.
각 권의 캐릭터 소개글만 봐도 등장인물의 개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우리의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에서 마당으로 나오기를 꿈꾼다.
저 문 밖에는 눈처럼 쏟아지는 아까시 꽃잎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겠지.
마당으로 나가서 땅도 밟아보고 하늘도 보고...
잎싹이 동경하는 세상을 우리는 날마다 누리고 사는데 고마움을 모른다.ㅠ
밖으로 나오기 위해 단식한 잎싹은 쓸모없는 병든 닭으로 버려졌지만
나그네의 도움으로 족제비가 노리는 죽음의 늪을 벗어났다.
햐~ 얼마나 그리던 세상인가!
마당식구들의 구박으로 너른 들판으로 나오니 눈부시게 아름답다~~~
화아아~ 너무나 즐거워서 꽁지에 예쁜 꽃도 꽂은 잎싹의 센스!^^
하지만 잎싹은 모른다, 꽃을 꽂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ㅋㅋ
예쁜 색깔들이 잎싹의 기쁨을 단박에 전해준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만난 수달, 복덕방 달수씨~
이 책의 코믹함은 모두 달수에게서 나온다.
잘난체와 사투리 개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달수씨~ 귀엽다!ㅋㅋ
이렇게 오지랖 넓은 사람을 알면 세상살이에 도움이 된다.
범접할 수 없는 포스의 나그네~
짝꿍 뽀얀오리를 족제비에게 잃고 알을 품어주는 잎싹에게 책임을 다한다.
아~ 그림으로 섬세한 감정까지 전달되어 가슴이 뭉클하다.
알을 품은 잎싹에게
아기가 태어나면 곧장 동쪽 숲 너머 늪으로 가라고 당부하는 나그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말을 아낀다.
과묵하지만 꼭 해야 할 말은 진심으로 전하는 나그네.
"넌 이미 훌륭한 암탉이야!"
대사와 지문이 많지 않아 절제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달이 꽉 차오른 날, 과묵한 나그네는 마지막 소임을 다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색감의 대비로 확연히 드러나며...2권으로!
"아무도 나하고 놀아 주질 않아, 이게 다 엄마 때문이라구!"
"난, 엄마가 창피해!"
정체성이 흔들리는 초록머리의 말은 잎싹의 가슴을 후빈다.
잎싹도 보통의 엄마처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한탄하진 않는다.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이제 엄마랑 같이 있지 않을 거야!"
이제 잎싹은 초록머리를 떠나야 할 때가 온 걸까...
인생엔 항상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
들판의 족제비는 이제 잎싹과 초록머리를 노린다.
위기탈출 넘버 원~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하늘을 날아버린 초록머리 이야기는 3권으로~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감동받은 장면이다.
초록머리 발목에 묶인 끈을 밤새 쪼아서 잘라낸 엄마의 눈물겨운 사랑~
엄마가 부끄럽다 퉁퉁거리던 초록머리도 감동의 눈물을 쏟아낸다.
엄청나게 몰려오는 청둥오리들의 기운을 미리 감지한 초록머리도
놀라운 풍경에 잎싹과 달수씨처럼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잎싹은 늪으로 가라던 나그네의 말뜻을 이제야 깨닫는다.
초록머리는 청둥오리 무리와 떠나야 한다는 것을...
가장 훌륭한 파수꾼을 뽑는 대회에 나간 초록머리는 우승을 차지한다.
초록머리는 혼자 남을 엄마가 걱정돼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잎싹은 초록이에 대한 많은 기억을 갖고 있어 외롭지 않다며
날 수 있다면 절대 여기 있지 않을거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보낸다.
다녀와서 보고 들은 세상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하지만 잎싹은 족제비 새끼들을 위해 먹이가 되는 걸 피하지 않는다.
잎싹이 꿈꾸던 삶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지극한 모성애를 가진 또 한 가족을 위해 숭고하게 바치는 희생.
서로 먹고 먹히는 섭리에 따라 스스로 그러한 게 자연이다.
엄마가 되기를 갈망했던 잎싹과 비상을 꿈꿨던 초록머리의 꿈이 이루어졌다.
웃음과 재미, 감동과 꿈을 선사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도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