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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옆 작은 논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남중 지음, 김병하 그림, 박광래 감수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아파트 옆 작은 논>은 광주 '한새봉두레'와 벼농사를 함께한 작가가 재구성한 벼농사 이야기 책이다.
아이들이 돈 주고 참가하는 이벤트 체험학습이 아니라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두레' 가족들이 벼농사를 지은 실제 이야기다.
'지승아, 출연해줘서 고맙다!'는 작가 사인도 책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지승 어린이에게 해준 것이다.
김남중 작가는 강연에서도 학생들 이름을 적으며 나중에 주인공으로 쓰겠다는 말씀을 했는데, 실제로 아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책을 만나니 신기하고, 출연해 줘서 고맙다는 작가 사인도 정겹다.^^
주인공 '지승이'는 나와 숲해설가 교육을 같이 받은 별꽃쌤 아들로, 7월초 지리산 행정마을에서 1박을 한 인연이 있다.
지승이는 행정마을에서도 곤충관찰에 몰입하던 꼬마곤충박사로 블로그(http://blog.daum.net/gjs0917/2)도 운영하고,
한새봉두레 소식지에 곤충 글과 사진을 싣는 필자다. 내가 아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책을 읽으니 특별한 느낌이다.
지승이는 지금 6학년이지만, 책에선 벼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라 4학년으로 나온다.
오늘 작가님과 통화하면서 지승이 가족 이야기를 했더니, 광주에선 순오기의 레이다에 다 포착된다고 조심해야겠단다.ㅋㅋ
"조심할 게 뭐 있어요, 좋은 인연인데요!"^^
광주 일곡동은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한새봉 바로 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개구리논이라 불리는 노동식 할아버지의 아파트 옆 작은 논 네 배미는 한새봉 안에 있다.
책 속에 나오는 '한새봉숲사랑이(한새봉지킴이)' 다섯 분과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며, 그녀들에게 들은 한새봉 개구리논 이야기를 책으로 확인하니 신기하다.
8월 12일엔 한새봉에 가서 숲해설 안내를 받을건데, 그때 개구리논도 내 눈으로 확인한다.^^
작품 속 지승이 엄마 '오은영'씨는 내가 아는 별꽃쌤 본명은 아니다.^^
지승이 엄마 오은영씨나 소리와 소리엄마 김미경씨도 한새봉두레 누군가가 모델이 되었을 듯.
아는 사람이 나온다고 등장인물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림은 지승이와 엄마랑 소리 모습이다.
평생 농사를 짓다가 기운이 딸려 더 이상 벼농사를 할 수 없는 노동식 할아버지께,
논을 빌려 함께 벼농사를 지을 한새봉두레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걸었고...
지승이네와 소리네를 비롯한 많은 가족이 참여했다.
단기 4343년 4월 17일 한새봉 산신께 올해 농사를 시작한다고 해오름제를 올리고
벼농사 선생님을 모시고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거쳐 드디어 모내기를 했다.
농약과 화학 비료를 안 쓰는 친환경 벼농사로 도시 사람들은 경험 하기 어려운데, 한새봉두레는 복받은 가족이다.
지승이네와 소리네를 중심으로 벼농사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벼농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농사교실도 들어있다.
농촌에서 자란 어른들은 그 시절을 되새김할 수 있고, 어린이들은 날마다 먹는 쌀밥이 이렇게 나오는구나, 배우게 된다.
벼농사 뿐 아니라 개구리논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도 배운다.
자연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이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걸 체득한다.
한새봉두레는 개구리논에 사는 동식물을 조사하고 변화를 시기별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개구리논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계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내기를 하고 한참 후 온통 풀밭이 된 논에 잡초를 뽑으러 사람들이 모였다.
엄마한테 억지로 끌려와 투덜대는 중학생 형과 왜 우리만 일하느냐고 따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새참을 먹는 즐거움과 신성한 노동 가치와 특별한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도 느낀다.
국립농업과학원의 박광래 박사님과의 인터뷰와 한새봉숲사랑이 엄마들과 개구리논에 사는 생물들을 관찰하고 설명을 듣는 건 신나는 덤이다.
소리의 논 식물 관찰 일기는 살아있는 체험학습이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이 몰고 온 비에 개구리논이 엉망이 되었다.
농사를 망쳤다고 한탄하지 않고 모두 달려들어 쓰러진 벼를 묶어 세우며 복구작업에 힘을 모았다. 태풍에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가져간 사람은 누구?^^
태풍하고 싸우면서도 벼이삭을 튼실하게 키워낸 논을 둘러보며 추수의 기쁨을 누릴 차례다.
누렇게 익은 논을 바라보는 한새봉두레 식구들은 가슴이 벅차올랐겠다.
조심스럽게 낫을 다루는 법을 배워 벼베기를 하는 아이들, 탈곡까지 직접 하는 호사를 맛본다.
아이들이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신의 축복이다.
농사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이 아이들이 밥을 먹을 때 쌀 한 알인 듯 허투루 버리겠는가? 살아있는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잘 가꾼 자연유산.문화유산'에 선정된 한새봉 개구리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상 수상!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에서 1895년에 시작된 시민운동으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소중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직접 소유하여 잘 관리하고 오랫동안 보존하자는 운동을 펴는 비영리 민간단체인데 '잘 가꾼 자연유산.문화유산'으로 한새봉 개구리논을 인정한 것이다.
한새봉두레의 친환경 무농약 벼농사로 생태계가 살아나 다양한 생물들이 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개구리논과 한새봉에서 자연과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뛰어노는 것처럼, 이런 모임과 활동이 많아지면 좋겠다.
친환경 벼농사는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더 많이 확산돼야 한다.
한새봉을 잘라 길을 내려고 할 때, 인간띠를 만들어 한새봉을 지켜내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했다.
숲해설가 교육을 받고 자기 지역의 지킴이 활동도 하는데, 우리 동네는 어등산 지킴이가 있다.
자연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쓰는 것이라는 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