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 가자! - 초등학교 선생님 일과 사람 8
강승숙 지음, 신민재 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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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얘들아, 학교 가자!>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선생님이 될 우리 딸에게 선물할 책이고, 하나는 나를 위해 장만했다.
같은 책을 두 권 갖는 게 드물기는 하지만, 이 책은 두 권을 가질 만큼 특별하다.
선생님은 한때 나의 로망이었고, 친정아버지는 나를 교대에 보내지 못한 걸 오래도록 안타까워하셨다. 하지만 우리 큰딸이 교대에 가는 것으로 한풀이(^^)가 되었다. 큰딸은 3학년부터 초등선생님이 되고 싶어해 교대에 진학했지만, 2학년 때 적성에 맞지 않다며 휴학하려 했었다. 하지만 열악한 지역 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그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교재를 만드는 열정을 보였다. 표지의 선생님 모습이 우리 딸이랑 닮았다.^^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저자(강승숙선생님)가 어린이들한테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무슨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려 주고, 또 좋은 선생님이 되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 쓴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 선생님 이름은 오영경이다.
올해 이 학년을 맡아 칠 년째 학생들을 맞이하는데도 여전히 떨리는 선생님이다.
새 교실에서 새로운 어린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쓸고, 닦고, 꾸미고, 정리하느라 바쁘다.
선생님 모습이 마치 아이들 스케치북의 그림 같다.
분주한 선생님을 콜라쥬 기법으로 한 장면에 배치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우리 선생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한 아이들 마음과 설레이는 선생님 마음까지 담겨 있다.

첫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는 그림책 읽기랑 고양이를 좋아하고 매운 떡볶이를 잘 먹어"라고 소개한다.
아이들도 저마다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
이런 소개법도 좋아 보인다.
자기를 어떻게 소개할지 당황스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겠다.

선생님 반 아이들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들여다 보자.
"나는 풀이름을 많이 알아."
"나는 곤충을 잘 그려."
"나는 강아지가 좋아."
"나는 스파이더맨이 될 거야."

"나는 고슴도치를 키워. 아침마다 딱딱 체조를 해."
"나는 예뻐."
"나는 덧샘 뺄샘을 잘 해."
모두 즐겁게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하기 싫어!"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왜 그럴까? 무슨 일이 있나?' 정말 궁금하게 만든다.

자기 소개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참 좋다!
알라딘에도 책읽어 주는 희망찬샘과 수퍼남매맘 선생님이 있고
나도 방과후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일찍 오는 수요일엔 책을 읽어 준다.
선생님이 어떤 책을 읽어주는지 배경에 있는 '털장갑'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

첫날을 멋지게 보내고 싶었는데 선생님 생각대로 안 되는 날도 있다.
선생님은 자기 소개하기 싫다고 한 재민이가 왜 그랬는지 궁금하고 걱정됐다.
이럴 땐 선생님에게도 선생님이 필요하다.
최고의 선생님은 역시 인생선배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신 옆 반 강선생님께 여쭈었더니
"아이 마음을 모를 때는 솔직하게 물어 보라"고 조언한다.
요런 만화적인 그림은 책을 보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더하는 보너스다.

아침 일찍 교문에서 재민이를 기다렸다 손잡고 이야기하며 교실로 가는 선생님.
재민이가 왜 소개하기 싫어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담까지 들려주며 토닥토닥 위로하신다.
아이들이 어런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아이의 복이자 엄마의 복이기도 하다.^^
내가 교회 다닐 때 목사님은, 자녀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작정기도를 하라고 하셨었다.
아이가 어떤 선생님을 만나냐에 따라 1년이 행복하거나 불행할 수 있다는 걸 학부모는 다 안다.

재민이는 눈물이 날 것 같은 자기 마음을 알아준 선생님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서,
어제 소개하던 거 지금 해도 되느냐고 거침없이 손들었다.
재민이는 어제는 왜 소개하기 싫었는지 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다독이고 위로해주면,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하며 친밀감을 갖는다.

이 장면은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고나 할까.ㅋㅋ
이동할 때 줄을 잘 세워서 데려가는 베테랑 강선생님과
아직도 줄 세워 데려가는 게 어려운 오선생님 반 아이들이 대조적이다.
밥 먹으러 가는데 좀 자유롭게 줄이 흐트러지면 큰일이 날까?
그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가는 것도 좋을 텐데... 조용히 이동해야 되기 때문에 어렵겠다.

줄 세워 급식소에 데려가는 건 힘들어도
와글와글 시끌시끌 밥 먹으면서 떠드는 이 아이들을 돌보느라 선생님은 밥이 코로 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정신이 없겠다. 저학년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시다.ㅠ

그래도 선생님이 좋다고 착 달라붙어 비밀이야기도 들려주는 아이 때문에 피로가 풀리겠지.^^
방과후학교에 수업하러 가면 교실을 빌려쓰는 1학년 2반 강*련 선생님께 달라붙어 급식실에서 교실로 가는 여자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방과후에 오는 1.2학년 여자아이들은 가끔은 나한테도 착착 달라붙어 뿌듯하다.^^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낸 후에도 할 일이 참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가르쳐야 쉽고 재미있을까 연구하는 것.
한 과목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래도 읊어보고 춤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본다.
동시를 읽으면 기쁨과 슬픔,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끼고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

해마다 봄이면 아이들을 동네까지 바래다주며, 아이들이 사는 골목에 피어나는 꽃을 보는 즐거움을 선생님은 안다. 오~ 1학년들을 교문 앞 횡단보도를 건네주는 선생님은 봤지만, 이렇게 골목까지 데려다주는 선생님도 있다니 놀랍다. 아파트 밀집지역은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겠지만, 이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리얼하다.
이 다음에 우리딸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에도 풍경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위 그림에서 선생님 모습만 따로 떼어 봤다.
학교를 나와 골목길 집 앞에서 아이를 배웅하는 선생님을 클로즈업 편집.ㅋㅋ
개가 짖는 집앞에서 당황하는 선생님, 헉헉 숨이 차오른 선생님의 표정도 재밌다.

하하하~~~~ 이건 진짜 아이들 그림 같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은 모습을 꼭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그린다.
주로 생일잔치 모습을 이런 식으로 그리더라. 우리 애들도...
선생님들은 행사를 앞두고 회의중이다.
초등학교는 운동회나 체험학습 외에도 많은 행사가 있다.
특히 무슨무슨 시범학교가 되면 더하고....

공부는 왜 햐야 되지?
이 질문에 쉽고 명쾌하게 초등생이 알아듣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 글을 참고해 자신의 말로 정리해보면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좋겠다.
나도 좀 빌려써야 겠다.^^

글쓰기 공부를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맘에 든다.^^
글쓰기가 재미없다고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딱 좋겠다.
글은 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 같지만,
((맞아, 황석영 작가는 '엉덩이'로 쓴다고 했지))^^
놀러도 다니고, 관찰도 하고, 동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 쓸거리도 생긴다.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을 몇 개씩 순례하고, 문제집을 엄청나게 푼다고 글이 나오는 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서 게임만 하는 아이들도 많지.ㅠ

아이들의 글쓰기 작품과 선생님의 일기까지 실어 준 편집 센스가 돋보인다.
아이들은 저희들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도 일기를 쓴다면 좀 놀라지 않을까?
선생님 일기는 누가 검사하는지 그게 궁금할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방학에는, 선생님은 쉬기도 하지만 또 공부도 한다는 걸 알려준다.
하는 일이 너무너무 많은 선생님과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선물이 되겠다.
곧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번개를 쳐서 한번쯤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면 좋은 추억이 될 거 같다.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는 3학년 *지는 이 책을 보고 또 본다.
이 책을 자꾸 보면 선생님이 하는 일을 알게 되어서 좋고, 자기도 좋은 선생님이 될 거 같단다.^^
아이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저자의 의도가 어린 독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는 거겠지.
조용하고 말없는 아이 모습에 우리딸 3학년 때 모습이 겹쳐보인다.

우리딸도 좋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교생 실습에서, 윤택한 지역 아이들보다 열악한 지역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밤새 교구를 만들며 수업 준비했던 그 열정을 아주 잊은 건 아니겠지? 우리딸 교생실습 때 사진과 나의 방과후 수업사진도 곁들이고... 엄마의 못다 한 로망을 딸이 이루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지는 책읽기였다. 우리딸도 이 책의 오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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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0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근사하네요
책도 이쁘고 그림도 이쁘고
우리딸도 저런 선생님 만났으면~
따님은 당연히 그런 선생님이 될 거예요.
순오기 언니만 보아도 따님이 엿보여요

순오기 2012-07-01 18:11   좋아요 0 | URL
책도 이쁘고 그림도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친숙함이 느껴져요.
우리딸은 대학 2학년 때 휴학하고 다른 길을 찾고 싶어했는데...아직도 갈피를 못잡은 거 같아요.

희망으로 2012-07-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이 될거라 의심치 않아요. 전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게했으면 좋겠어요.
순오기님께 댓글은 첨이네요.ㅎㅎ 방문은 자주했는데. ..어색하네용~^^

순오기 2012-07-01 18: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선생님이 최고지요.^^
자주 방문하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별로 볼거리도 없는데 자주 들러주셔 고맙습니다~~~

수퍼남매맘 2012-07-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작 초등학교 교사인 저는 이 책이 없네요. 울 반 아그들도 장래희망이 교사인 아이들이 제법 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교사의 꿈을 가졌다는 따님도 꼭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는 꿈이 교사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제 일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답니다.특히 책을 읽어주면서 부터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도 느끼고,책임감도 더 가지게 됩니다. 순오기님 꿈이 교사였다니..... 지금도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루신 거잖아요.

순오기 2012-07-01 18:1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아직 없군요. 곧 손에 넣게 될지도...
우리딸은 다른 길도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항상 못가본 길엔 미련이 남으니까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요.
저는 이 나이에도 못가본 길에 미련이 많아서, 그냥 기회 있을 때 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합니다.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교대 못 보낸 걸 안타까워하셔서...어디서건 가르치는 일을 하면 선생님이니까, 이미 이룬 거라고 말씀드렸었지요.^^

잘잘라 2012-07-0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무실 선생님들 그린 그림 좋아요.
선생님들 표정이 밝아서 좋아요.
맨 밑에 가운데 사진, 순오기님도 활짝 웃고 계시네요^^

순오기 2012-07-02 02:06   좋아요 0 | URL
선생님들 표정~~~ ^__^
맨 밑 가운데 사진은 세로로 길게 조정돼서 실제보다 훨씬 길쭉하게 보이네요.^^

2012-07-02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7-02 12:15   좋아요 0 | URL
아웅~~~~ ㅠㅠ

희망찬샘 2012-07-04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승숙 선생님 책이군요. 열정 넘치시는 선생님 강의를 맘에 담아두면서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책 가득 담겨 있겠지요. 책 내용은 그냥 넘겼습니다. 사서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2-07-04 09:10   좋아요 0 | URL
강승숙 선생님, 그림 속 선생님을 닮았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던걸요.
당근 사서 보리라 생각했어요.^^

2012-07-07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2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