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아오면서,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꿈꾸는 것조차 포기했던 게 많았다.

물론 지금도 넉넉하지 않아서, 우리 애들도 나처럼 그러지 않을까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돈에 대해, 혹은 꿈꾸는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건,

부지런하지 못해서 지레 포기하고 노력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변명이고 좋은 핑계였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어리석음, 하지만 늦게라도 깨달아서 감사하는 게 또 인간의 장점이자 나의 미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젠 꿈꾸는 일에 도전하고 부딪혀보자, 가당찮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기도 한다.^^

Dream comes true now

마음에 생각을 품으면, 일이 이루어진다.

心想事成

꿈은 꾸어야 이루어지고 목적지가 있어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지식인의 서재 200쪽, 배병우)

 

나의 성장기 70년대 내고향 충청도 시골에서는

딸들은 중,고등학교를 보내지 않거나, 먹는 입 하나 덜려고 일찍 시집보내는 집도 있었다.
내 큰언니도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 당숙네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했고,

돈을 더 벌려고 가발공장에서 잔업도 불사했지만 끝내 고등학교 졸업장을 갖지 못했다.

아버지는 맏딸을 고등학교에 보내지 못한 걸 평생 미안해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내 친구 중에도 동창이라곤 달랑 초등 친구 뿐이거나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된 친구도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시작한 초등 동창회에 가면, 사는 게 힘들었던 지난 시절 이야기에 우리는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살아내는 건 눈물겨웠지만, 길어올리는 추억거리는 윤택해서 행복하다' 말한다.

 

 

자존심 세고 대쪽 같았던 아버지를 제일 닮은 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아버지와 불화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오랫동안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촌에서 인천으로 이사온 우리집.

아버지는 예전에 노비로 부리던 사람의 수하에서 사무장으로 일했는데,

당신의 자존심은 그걸 용납하지 못하고 마음을 볶았는지 한 달만에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먹고 살아야 했던 엄마는 

먼저 이사와서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를 좆아 생선 다라를 이고 나섰다.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려 부끄러운 입을 떼고 생선이나 새우젖을 팔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엄마에게,

아버지는 비린내가 난다며 퉁박을 주기 일쑤였다.

'어떻게 감히 아버지가 엄마에게.....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던 사춘기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과 애증으로 가득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촌뜨기 전학생으로 잘난체할 수 없는 학교에서도 외롭고 자존심을 다치는 아이였다.

 

벌써 38년 전 일이건만,

이걸 쓰면서도 눈물이 나...... 상처 받은 내면의 아이는 치유되거나 성장하지도 않는가 보다.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따 이어 써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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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2-0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잎싹 2012-02-0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의 서재가 책으로 나왔네요.
저도 하나 사봐야겠어요.ㅎㅎ

양철나무꾼 2012-02-0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언제요?
컴 앞에 코대고 대기하고 있어야겠당~^^

조선인 2012-02-0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어쩌면 그렇게 자식들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남아있는지 가끔은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그 불길이 사랑인지 미움인지... 지금도 마냥 헷갈립니다.

마노아 2012-02-1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으면서 뭉클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아직이네요. 풀어놓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2-02-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뭉클.. 왜 아버지란 늘 애증의 대상일까요? (전 올해에도 계속 미루기만 하고 아버지께 전화 잘 안하고 있어요...)

언니 있다가 열시 십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