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부터 시작한 중학교 방과후 수업이 어제로 30차시를 모두 마쳤다.
처음에 시간이 돼서 신청했던 학생들이, 중간에 학원 시간이 조정되는 바람에 절반은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도 20명 중 절반은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참여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부서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의 방과후 수업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신청만 해놓고 제대로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교육비 지출만 늘어난 게 아닐까...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생 수업은 말이 통해서 좋았고, 글쓰기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덕분에 재미도 있었다.
4월은 착실하게 다들 참여했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빠지더니 그 다음엔 제대로 안 하는 학생들이 좀 있었다.
문자도 보내고, 담임샘께 부탁도 드리고, 종례 끝나기 전 반으로 가서 지켰다가 데려오기도 했지만...
학원 핑계대고 빨리 가야된다며 그야말로 눈도장만 찍고 가는 녀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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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반 명단을 확인한 담당선생님 말씀으론 다 엘리트라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학원을 안 다니는 학생이 없었다. 
마지막 수업까지 성실하게 참여한 소수의 정예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고 끝냈다. 

 
수업 중 우리만의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혀
안오일 시인 사인본 '그래도 괜찮아'을 받은 장** 

글쓰기에 도움은 되었지만,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아서 아쉽다며, 2학기에는 국어 문법을 보강해주면 시험공부에도 좋겠다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논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긋지긋 아팠는데, 방과후 논술부에 와서 별탈없이 다닐 수 있게 수업을 잘 진행해 준 선생님께 감사하고, 시쓰기를 배워서 좋았고 성실히 다닌 자신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주고 싶다는 장문의 후기를 남긴 나**에게는 박성우의 '난 빨강'을... 

논술에 관심이 많은 박**에게는
논술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의 논술 노하우를 알려주는 '조금 더 쓴 어진이의 서울대 간신히 들어가기'를. 

위 세명의 남학생은 정말 뉘집 아들인지 욕심날 만큼 성실한 2학년 삼총사였다.^^

 



논술부를 하고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책읽기 좋아하는 1학년 장**에게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 4회 수상작인 '내 이름은 망고'를 


소설 읽기가 취미이고 주로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국어공부라면 자신이 있다는 안**에게는
'우리반 인터넷 소설가'를 선물했다. 

결석하지 않고 성실히 다닌 몇 명에게도 책을 주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 마지막 수업에 안 나와서 못 전했다.
가방도 무겁게 들고 갔건만...다 제복이고, 볶을복이지 뭐~^^ 

 개설인원에 제한이 없다면 차라리 소수정예로 독서토론반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2학기는 어떻게 될지 9월이 돼야 답이 나오겠지. 

 


내가 출강한 중학교는 신설학교로 3년 됐는데,
학교를 갤러리처럼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 놓아 갈때마다 그림 감상하는 재미에 발걸음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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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1-07-1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 다닐때 이런 수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제가 좀 다른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한번 생각해 봅니다.^^
한학기 동안 수고하셨어요.^^

순오기 2011-07-14 08:02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3차시 수업인데, 학교 행사때는 안하니까 띵가딩가 노는 날이 많았어요.^^

소나무집 2011-07-1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딸이 중딩이 되고 보니 방과후에 남아서 뭘 하는 걸 싫어하더라구요.
집도 멀고 수업도 늦게 끝나고 친구들하고 함게 교실을 나오고 싶고...
저 수업을 끝까지 들은 친구들은 정말 훌륭한 아이들이네요.
순오기님도 수고하셨어요.

순오기 2011-07-14 08:03   좋아요 0 | URL
선우맘도 이해돼요~~~
끝까지 잘 참여한 아이들이 고맙지요~~~~^^

개인주의 2011-07-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가 예쁘네요. ^^
아이들이 끝까지 잘 남아 있었던건 한편으론 순오기님의 능력을 입증한 거 아닌가요. -_-/
요즘 애들이 돈 낸다고 남아서 한다는 생각 있나요 어디.
..
방과후강사님 수입이 한 학기가 끝나야 들어오는 건 처음 알았어요. ㅡ_ㅡ

순오기 2011-07-14 08:05   좋아요 0 | URL
능력보다 저희들까지 안오면 사람이 없으니까 동정표가 아니었을까요~^^
학생들에겐 초기에 수납하는데, 미납자가 있으면 다 들어와야 집행되는 걸로 알아요.

꿈꾸는섬 2011-07-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학기 방과후 수업이 어느새 끝났네요.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순오기 2011-07-14 08:05   좋아요 0 | URL
한 것도 없이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어요~~ ㅜㅜ

pjy 2011-07-1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람찬 한 학기를 마무리하셨네요~ 애쓰셨습니다..
책 무겁게 들고갔다가 허탕치시고~아마도 팔운동 하라는 학생들의 배려일 듯 싶습니다^^;

순오기 2011-07-14 08:06   좋아요 0 | URL
세 권 남은 책 가방을 메고 집까지 40분을 씩씩하게 걸어왔어요.ㅋㅋ

하늘바람 2011-07-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학교다닐때 이런 수업있었다면 좋았겠다 싶네요 요즘 이런 수업이 있다지만 다 좋은건 아닐듯해요 순오기님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겠지요

순오기 2011-07-14 08:07   좋아요 0 | URL
착실하게 다니면 뭔가 얻는 게 있겠지만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수강료만 아까운 일이지요.ㅜㅜ
좋은 선생님이라고 자신하진 못해요.

마노아 2011-07-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무리 잘 하고 오셨네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학교가 참 예뻐요.^^

순오기 2011-07-14 08:08   좋아요 0 | URL
마무리는 잘 했어요.
기말시험 앞두고 제일 적게 온 날, 담담선생님이 사진 찍어갔는데 너무 민망해서
기말시험 끝내고 사진 찍게 눈도장이라도 찍고 가라고 문자했더니 그래도 좀 모였더랬어요.
사진 직고 나서 온 아이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ㅋㅋ

희망찬샘 2011-07-1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정말 알찬 수업이었을거예요. 고생 많으셨어요. 학교가 정말 예쁘군요.

순오기 2011-07-17 02:12   좋아요 0 | URL
알찼는지의 여부는 학생들이 평가해야 할....
학교는 정말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