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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언어학자로서 라다크의 토속어를 연구하기 위해 라다크에 갔다가, 그들 삶에 깊이 배어든 생태학적 지혜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 매료돼 16년을 머물며 라다크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때로는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으로 그들의 삶에서 찾아낸 것들을 차분하게 기록했다.
히말라야 고원의 라다크는 작은 티베트라 불린다. 티베트의 대승불교를 믿고 달라이 라마가 정신적 지도자다. 1인당 1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경작할 수 없는 땅을 소유하지 않는다. 땅의 소산물을 소중히 여기며 낭비하지 않으며 소박한 행복을 누린다. 욕심내지 않으니 다툼이나 언쟁이 없고,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 일년에 4개월 일하고 겨울 8개월은 축제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다. '파스푼'이라는 협동체는 우리의 두레나 계 비슷한 시스템으로 출생, 결혼, 장례 등 애경사를 돕는다. '고바'라는 마을 우두머리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 일처다부제였으나 1942년 형식상 불법이 되어 옛날처럼 보편화는 덜하다. 일부다처도 있으나 사랑도 공유하므로 다툼이 없다. 여성들은 존중되고 지위를 보장받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가난을 불평하거나 불편한 줄 모른다. 아기와 엄마가 늘 함께 있도록 하며,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제한의 사랑을 받는다. 라다크 사람들은 '화내는 놈'이 가장 나쁜 욕이고 수치로 여긴다. 그들은 누구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으며, 외국인이 조롱할지라도 친절을 베푼다.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그들은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가?' 반문할 정도로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2부 라다크에 부는 변화는, 개발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자원부족과 험한 기후와 불편한 교통 덕분에 식민주의와 개발로부터 보호되었던 라다크는 1974년 인도정부가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면서 서구문화가 들어오고 개발의 붐이 일어나면서 고유의 가치들이 파괴되었다. 서구의 편한 문물을 접하고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경제는 빈부의 격차를 가져왔고 전통경제와 공동체 의식은 파괴되었다. 모든 걸 자족했기에 세상에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냐고 놀라던 라다크 사람들은 스스로 가난하고 자기네 고유한 방식은 뒤떨어졌다고 느낀다. 라다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건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거라고 진단한다. 3부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저자인 헬레나 호지는 라다크가 서구문화에 침몰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며 심각한 의문을 갖는다. 서구 문화와 과학기술문명은 세계의 토착문화를 소멸시키고, 인류사회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깨닫는다. 서구식 산업문화에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사회적 생태적으로 건전한 생활방식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토착문화를 구하기 위해 반개발 운동을 펼쳤다.
반개발은 우리가 나아갈 미래사회라는 메시지에 착잡해진다. 완전 미친 짓인 4대강사업을 어찌한단 말이냐!!
헬렌 스코트 니어링 부부, 베아트릭스 포터와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윤구병 등 일찍 환경문제를 깨달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권정생 선생님도 유작 '랑랑별 때때롱'에서 과학의 힘을 빌지 않고 환경개발을 멈추고, 원시적으로 사는 방식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책 제목 '오래된 미래'를 음미하면 해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