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신간 <울기엔 좀 애매한> 대박 기원 이벤트!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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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예약 주문으로 저자의 모습을 닮은 사인본을 받았어요.

맨 뒤의 작업 노트를 보고 만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됐어요. 대략의 이야기를 정하고 콘티를 짜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춰 길거리를 배회하며 그들의 복장과 언어를 스캔하고... 수채화로 그리고 싶어 밤잠을 설쳐가며 연습을 했다는데, 100% 손으로 그리고 채색하는 수고가 장난 아니겠어요.

컴퓨터로 작업한 왼쪽의 <대한민국 원주민>과 비교하니 훨씬 부드럽고 입체감에서 차이가 느껴져요. 작업 노트의 연습작보다 엄청 좋아 보여요, 잘 나왔으니 걱정 안해도 될 거 같아요.^^

이 책은 제목처럼 울기에도 좀 애매한 현실이지만, 웃음 코드가 많이 등장하지요. 주인공 강원빈 모자의 요 풍경은 꼭 따라 해보고 싶어요. 우리 아들녀석도 내년에는 고3이 되니까요.ㅋㅋ

지애비를 꼭 닮았다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들을, 미술학원에 보내려고 결심하는 엄마 마음에 감정이입이 됐어요. 착한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건 힘들지 않다는 파키스탄 아즘은 '꽃미남'이 아닌 '곧미남' 모자를 쓰고 있지요.ㅋㅋ

처음엔 보온병을 갖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두번째 볼때 눈치채고 아들한테 말했더니
"엄마, 왜 보온병을 갖고 다니겠어? 미술도구잖아!"
하면서 어이없어 했어요. 미술학원도 안 보내본 아줌마가 어찌 알겠어요.ㅋㅋ

기현쌤은 나만 갈궈, 기현 내과...아마도 만화가 '변기현'의 이름이겠죠? 어쩌면 변기현 만화엔 규석외과나 꼴통모과가 등장할지도... 내연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벌금 백만원.^^
010-2335~ '어, 작가 핸드폰이잖아!' 얼른 저장된 번호 확인했더니 맞더군요.ㅋㅋ

꽃미남 원빈과는 전혀 다른 우리의 주인공 강원빈,
'그냥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이 그림은 미술학원 원장쌤인데, 독자는 또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며 웃지요.ㅋㅋ 개그본능에 시달린다(?)는 작가의 웃음코드가 여기저기 감춰져 있어 숨은 그림 찾듯 재미있어요.

악의 화신인양 막 대하는 태섭쌤, 하지만 독설과는 다른 찐한 사랑을 품은 멋쟁이랍니다. 헤어스타일도 변화무쌍한 꽃보다 남자, 작가의 분신 같아요.ㅋㅋ

이혼하고 김밥집을 하며 원빈을 키운 어머니, 이 사진은 눈물코드로 읽혀집니다. 이 그림이 여러번 나오는데 참으로 울기엔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지요.

억울하고 분해서 화를 내야 되는데 '돈도 재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원빈, 술집에서 알바하는 은지도 아픔이지요. 돈 있는 자들은 무엇이든 돈으로 다 해결하는데,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해야 하는 이네들의 현실이 싸~아 합니다.

완전 필이 꽃힌 그림, 등장인물 중에 유일하게 잘생긴 류은수의 망연자실... 무엇이 그리 힘들까요?

"한달 동안 초코파이만 먹어 봤어요?"
"참치캔 헹군 물에 라면 스프 넣고 끓여 먹어 봤냐?"
"평생 쏠로인 거랑 사귀다 차인 거랑 어떤게 더 비참하냐?"
누가 더 찌질하게 살았는지 내기하듯, 잘 살다 망한 거랑 원래 가난한 거랑 뭐가 더 불쌍하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하여간 잘 나가는 사람이 없는 찌질한 인생들이지요.

'어떻게든' 되겠지...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포기한 은수, 고단한 현실에 사랑도 피곤하다. 두 곳에서 알바하는 아들의 돈을 빼 써야 했던 엄마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꿈이 없어 다행이라는 은수의 동생, 꿈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의 막막함이라니!!

윈빈과 꼭 닳은 아버지, 고객평가 낮게 나오면 월급을 깎인다고...서비스 오면 꼭 이런 부탁을 하더군요. 이렇게 일해도 자식 등록금 절반도 낼 수 없다니,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까워요.

유일하게 부잣집 딸인 지현, 친구들의 비난에 눈물 흘리며 뛰쳐 나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런 위로와 따뜻함이 좋아요.
원빈과 은수와 친구들의 삶은, 울기엔 좀 애매한 상황들에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곳곳에 담겨 있어요.

울고 싶은 사람이 어디 십대뿐이겠습니까마는, 맘 놓고 울수도 없이 애매하게 만드는 사회와 어른들에게 어떻게 할까요? 돈 있는 사람만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가는 놈들에게 욕이라도 퍼붓든지...
김용철 변호사 강연회에서 김상봉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지금 이대로는 어떤 답도 나오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아도 취업할 곳이 없으니 사회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라"고 하더군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면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겠습니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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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번에 시골 내려가서 아버님,어머님 일할 때 쓰는 모자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농약회사나 비료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준것 같은데,
남자 스포츠캡엔 '일꾼',여자 햇볕가리는 챙 넓은 모자엔 '새색시'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저도 '곧미남'모자,류은수의 '망연자실'참 좋았어요~
님의 리뷰로 다시 보니...새로운 걸요~^^

순오기 2010-08-10 00:19   좋아요 0 | URL
처음엔 내용 보고, 두번째는 그림에 집중하니까 별별게 다 보이더군요.ㅋㅋ
곧미남 모자가 수능 보는 날 엿주는 그림에서 '젊은이' 모자로 바뀌었어요.^^
결정적인 장면을 다 공개하기가 그래서 몇개는 뺐어요.ㅋㅋ

꿈꾸는섬 2010-08-0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 순오기님~~
포토리뷰로 올리니 더 좋긴 하네요.
요샌 어째 이리 게을러졌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순오기 2010-08-10 00:20   좋아요 0 | URL
이거 편집하느라고 시간이 엄청 걸렸어요.ㅋㅋ
그러다보니 감상보다는 내용 소개에 치중한...

희망찬샘 2010-08-10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같이 올라오면 보는 사람은 좋은데, 작업하기는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순오기님은 언제나 힘들어도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세요. 순오기님 서재는 알찬 정보로 가득가득^^ 멋진 공간입니다.

순오기 2010-08-10 16: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냥 찍어 올리는게 아니라 요렇게 편집까지 하려면 시간 엄청 걸려요. 그놈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 때문에~ㅋㅋㅋ

같은하늘 2010-08-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섭쌤은 딱~~ 작가의 모습이예요.ㅎㅎㅎ

순오기 2010-08-13 20:42   좋아요 0 | URL
그쵸~ 태섭쌤은 최규석!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