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티클리어와 여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7
제프리 초서 원작 | 바버러 쿠니 그림, 개작 |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구판절판


1959년 바버러 쿠니에게 첫번째 칼데곳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스크래치보드 기법으로 그린 흑백의 일러스트레이션 위에 4가지 색을 입힌 독특한 그림이다. 소박한 색채와 섬세한 묘사, 검정의 긴장감과 대비되는 여백의 미, 수탉의 당당한 풍채는 화가의 공들인 손길이 느껴진다.

원작은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수녀원장이 들려준 이야기로, 기독교적 신앙심과 웃어버리기엔 뜨끔한 교훈이 담겨 있다.

가난하지만 바지런하고 알뜰한 과부가 딸 둘을 데리고 작은 숲 오두막에서 산다. 과부가 가진 재산은 뚱뚱한 암퇘지 세 마리와 염소 세 마리, 그리고 양 한 마리가 있다.

과부는 온틍 그을음투성이인 부엌에서 검은 빵과 우유로 식탁을 차리지만, 우유와 방은 언제나 충분했다. 명색이 목장 주인이라 가끔은 베이컨이나 달걀도 식탁에 올렸다.

과부에겐 챈티클리어라는 목소리가 교회 오르간 소리보다 맑은 최고의 수탉이 있었다. 볏은 최고급 산호보다 붉고, 가장자리는 성곽처럼 삐죽삐죽하며, 부리는 흑옥처럼 새까맣고 반들반들 윤이 나고, 발가락은 하늘처럼 푸른빛이고, 깃털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그야말로 킹카 수탉이다.

챈티클리어는 인기에 걸맞게 일곱 마리나 되는 암탉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둘러싸여 잠들었는데 감자기 악몽을 꾸었다. 하지만 위험을 예고하는 악몽이었는데, 사랑에 빠진 파틀렛이 겁쟁이는 사랑할 수 없다며 겨우 꿈을 갖고 겁내냐는 말에 위험을 무시해버렸다.

일곱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산책에 나선 챈티클리어는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서 위험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여우는 온갖 감언이설로 수탉은 유혹했다. 천국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당신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두 날개를 세차게 퍼덕이고 노래를 부르려던 찰나에, 여우는 덥석 챈티클리어의 목을 물고 숲 속으로 달아났다.

챈티클리어가 납치되는 광경을 본 암탉들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고... 과부와 두 딸과 암소와 양과 돼지까지 여우를 쫒아 뛰었으니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위기에 처한 수탉은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여우를 속이기로 작정했다. 감언이설에 속았던 챈티클리어는 어떤 달콤한 말로 여우를 홀렸을까?ㅋㅋ 뽐내기 좋아하던 수탉은 여우가 대답하려고 입을 벌리자 퍼드득 날아 올랐고... 여우는 다시 한번 감언이설로 꼬이지만 두 번 당할 미련한 수탉은 아니지. 여우와 수탉의 대화를 잠시 들어보자.^^
"하느님은 똑바로 지켜보아야 할 때에 두 눈을 감아버리는 자에게는 절대로 은총을 베풀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잠자코 있어야 할 때에 참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는 자에게는 불행을 주시지요."

"남이 아첨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았겠지?"
과부는 챈티클리어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날리고, 가축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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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7-1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색감이 독특하네요. 예전 어릴 때 보던 그림책이 연상되기도 하고, 저 위에 여우가 챈티클리어를 물고 가는 그림에서는 우리 옛 민화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요.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을 보면, 요즘의 그림책은 거기서 참 많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되요.

순오기 2010-07-17 01:25   좋아요 0 | URL
이렇게 대놓고 교훈하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요.^^
색깔을 몇 개만 써서 더 화려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림이 더 많은 얘기를 해주는 거 같아요.^^

하늘바람 2010-07-1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예쁜 책이네요

순오기 2010-07-17 01:2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맘에 들었어요.
내가 먼저 접한 바버러 쿠니의 그림책과는 다른 맛이라 더 좋았는지도...

마녀고양이 2010-07-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마음이 훈훈해여~ 사진, 글 다 감사드려여, 언니~

순오기 2010-07-17 01:27   좋아요 0 | URL
심야에 발견한 훈훈한 댓글에 빗소리 음악 삼아 즐기고 있어요.
오후에 좀비처럼 자고, 지금은 불침번 서는 중...^^

같은하늘 2010-07-2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독특해요. 오래된 옛날 그림책을 펼쳐보는 기분이랄까~~ ^^

순오기 2010-07-20 01:47   좋아요 0 | URL
그림이 독특하지만 정감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