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pek0501님이 재미있고 생각할거리가 많은 책이라고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용은 전혀 몰랐다. 나는 환타지가 현실도피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환타지라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사건이 한 줄로 꿰어지기 전의 도입부는 감을 잡기 어려웠지만, 곧 트리갭의 샘물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호기심을 고조시키며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찮아서 집을 나선 위니는 숲 속 샘물가에서 제시를 만난다. 제시는 백네 살, 아니 열일곱 살이고 위니는 곧 열한 살이 된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위니는 마침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겠다 하고, 제시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샘물의 비밀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 가족은 본의 아니게 위니를 납치한다. 납치 현장을 목격한 노란 옷의 사나이는 그들의 뒤를 밟아 온다.

무조건 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 준다며 말을 달리는 터크씨네 가족은 무척 비밀스럽다. 위니가 감당하기에 벅찬 비밀은 뭘까? 우연히 포스터씨 숲에서 트리갭의 샘물을 마신 터크씨 가족은, 그 샘물을 마실 때의 모습 그대로 늙지 않고 영원히 죽지도 않는다. 어려서 삼천갑자 동박삭이와 한 번 구르면 삼년 산다는 3년 고개를 수없이 굴러서 오래도록 살았다는 옛날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원히 사는 샘물이라니 이거야말로 환타지 아닌가? ^^  

샘물을 마시지 않은 큰아들 마일즈의 아내와 두 딸은 늙지 않는 그들을 마법사로 오해하고 곁을 떠난다. 다른 가족은 나이 먹고 늙어가는데 영원히 그대로 산다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몇 년을 지낸 마을에선 이런 모습을 들킬까봐 떠돌아 다녀야 했고, 이웃의 눈에 뛸까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친구와 이웃들은 모두 나이 먹어 늙고 죽어가는데, 남겨지는 터크씨네 가족은 쓸쓸하고 죽을 수도 없는 게 고통이었다.  

노란 옷의 사나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욕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샘물의 비밀을 알아낸 그는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샘물을 팔 계획을 세운다. 터크 가족을 산증인으로 내세워 샘물을 홍보하겠다며 협상하지만, 인간들이 돼지떼처럼 몰려들어 샘물을 마신다는 생각만으로 끔찍한 터크씨네 가족은 결사 반대한다. 불로장생의 인간욕구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 올 뿐이고, 삶과 죽음의 자연 질서에 따르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그들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연 노란 옷의 사나이는 사람들에게 샘물을 팔았을까? 제시는 위니가 열일곱 살이 되면 샘물을 먹고 성장을 멈춘 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위니는 제시가 준 샘물을 과연 열일곱 살에 먹었을까? 위니는 트리갭의 샘물을 먹고 제시와 결혼해 영원히 사는 길을 갔을까, 살다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까? 먼 훗날 트리갭에 돌아온 터크씨 가족이 발견한 무덤은 누구의 것일까?마지막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잘 짜여진 글이다.  

1975년 발표되어 미국 도서관협회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초 중고생의 필독도서로 읽히는 책이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이 시간과 영원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토론하기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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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산다는 것은 문학의 오래된 주제죠.영원히 살면 행복할 것 같은데 혼자서 영원히 살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 쓸쓸할것 같고,모든이가 영원히 살면 지구의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순오기 2010-03-10 04:56   좋아요 0 | URL
과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일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쩔 수없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긴 했지만... 순리에 따른 것이 행복이겠죠.^^

마녀고양이 2010-03-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한달 후 구매할 때는 꼬옥 언냐께 Thanks To 해드려야지.. 이제까지 그거 몰라서 적립금을 못 탔어염. 아흑~

순오기 2010-03-10 04:57   좋아요 0 | URL
늘 보관함은 넘쳐나고... 한 달에 한 번 구매는 잘 지켜지나요?^^

마녀고양이 2010-03-10 09: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저번 카드 사용 내역보니 순 알라딘~ 이더라구요. 그래서 눈 질끈 감고 책을 보관함에만 넣고 있는 중이예요. ^^

페크pek0501 2010-03-0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천한 책을 읽으셨군요. 참고로 세 가지 사건의 도입부는 초등학생이 읽을 경우엔 빼고 읽어도 됩니다. 애들이 그걸 어려워하는데, 그것을 빼고 읽어도 책의 메시지 전달엔 아무 지장이 없어요.

학생들이 책을 읽은 다음엔 그 내용과 함께 그 느낌과 생각을 써 보는 게 좋은데, 이런 문제의 답을 쓰면서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여기 옮깁니다.

1. 위니를 데리고 집으로 오자 터크는 매우 기뻤습니다.터크가 기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 노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위니를 찾아 주는 조건으로 위니네 숲을 달라고 했어요. 노란 옷의 사나이가 위니네 숲을 가지려고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제시는 영원히 사는 샘물을 한 병 담아와서 위니에게 주었습니다. 제시가 위니에게 샘물을 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4. 터크네 가족 네 사람은 영원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영원한 삶에 대한 네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요?
터크 -
매 터크 -
마일즈 -
제시 -

5. 위니는 함께 영원히 살아가자는 제시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평범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위니는 왜 영원히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상상해서 쓰기)

6. 여러분이 위니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샘물을 마셨을까요?

7. 영원히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사는 것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해서 써 보세요.

8. 이 책의 작가는 위니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 하였습니다. 작가가 위니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을 읽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순오기 2010-03-10 04:58   좋아요 0 | URL
이런 이런 장문의 댓글이라니...감사합니다.
님 덕분에 재밌는 작품을 읽게 됐어요.
수업을 위해 질문을 뽑고 토론주제를 정하는 것도 머리가 아프죠.^^

페크pek0501 2010-03-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세?진 것에 대한 작은 답례로 긴 댓글을 썼답니다. ㅋㅋ

순오기 2010-03-12 06:19   좋아요 0 | URL
신세라뇨? 덕분에 저도 좋았는걸요.^^

희망찬샘 2010-03-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한 두려움-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으로 우리 희망이가 많이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 년 전이었나 봅니다. 외할머니의 죽음이 아이에게 아이답지 않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눈물을 흘리더니 이 이야기 듣고는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하는 듯 했어요. 저도 이 책 너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0-03-14 17:1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어려서 누군가의 죽음을 접하면 엄마 아빠의 죽음과 연관시켜 무서워하더라고요.ㅜㅜ
저는 이제 읽었지만 죽음을 자연스런 순환으로 받아들이기에 좋을 책이네요.
자연사는 사실 두려운 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라 생각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