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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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표지가 봄맞이에 딱 좋을 책이다. 더구나 3월 11일까지 구입 이벤트가 있으니, 저학년 자녀가 있는 이금이 작가 팬이라면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다. 정말 아이들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듯 그 마음을 잘 읽어낸 이야기의 반전과 열린 결말에 아이들이 엄청 공감하며 좋아했다.

어린이 마음을 몰라주는 야속한 어른들이 보면 움찔할 네 개의 단편이 실렸는데, 완전 대박예감이다. 지난 주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한 작품만 읽어주고 3요병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쓰기를 했는데, 이 책을 못 읽은 아이들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가져가는 책들을 먼저 보겠다고 아이들이 설치는 건 흔치 않은 일로 아주 재밌다는 반증이다. 오늘은 책가방이 무거워서 살짝 빼놓고 갔더니 아이들 원성이 어찌나 심하던지, 다음 화요일에 꼭 가져오겠다는 약속으로 입막음을 해야 했다. 



<기절하는 양> 유전자 조작으로,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양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보던 승현이는 그 양이 부럽다. 누나와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딱 기절해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과연 승현이는 기절하는 양처럼 됐을까?ㅋㅋ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숲 속 마을 동물들 사이에 유행하는 3요병인데, 인간세상 아이들도 엄청나게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묻는 말에 무조건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라고 대답하는 원숭이는 코끼리 선생님에게 흉을 잡히고, 치료방법으로 사랑의 매를 처방 받았다. 콩자반을 보면 염소똥이 생각나서 밥맛이 떨어지는 아기코끼리는 얼른 먹어치우고려고 억지로 다 먹었는데, 선생님은 코끼리가 콩자반을 좋아하는 줄 알고 또 주셨다.ㅜㅜ 아이들은 완전 감정이입이 되어 저희 선생님도 그런다고 난리들이다. 정말이지 어른들은 왜 아이들 마음을 몰라 준담?ㅋㅋ 그나저나 가정교육을 잘 시켰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코끼리 의사선생님, 아들코끼리까지 3요병에 걸린 걸 알고 3요병 치료 방법을 알려주면 평생 무료 진료권을 준다는데, 누구 아는 사람 없나요? ^^  

<열려라, 맘대로 층!>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아파트 1층으로 이사 온 하늘이는 엘리베이터 놀이에 흠뻑 빠졌다. 층마다 눌러놓고 열릴 때마다 '열려라,피자', 닫힐 때는 '닫혀라,돈가스'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소리치는 놀이다. 어느날 맘대로 층에 내린 하늘이는 맘대로 가게에서 변신 로봇, 게임 시디, 블록, 피자와 돈가스, 엄마 주려고 화장품도 집었는데... 사탕불이 꺼지기 전에 나가야 가질 수 있다. 층층마다 눌러진 엘리베이터는 10층 9층... 차례로 다 멈추는데 속이 탄 하늘이는 소리친다. "누구야? 누가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야?" ㅋㅋㅋ 

<누리는 꾸꾸엄마> 유치원에서 선물로 받은 빨간 돼지 저금통에 '꾸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날마다 밥을 주고 끌어안고 잠드는 누리. 하지만 엄마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꾸꾸의 배를 갈랐다. 오빠와 아빠가 준비한 생일선물은 뭐냐고 당당하게 묻는 누리... 작가의 따님이 '누리'인데 실제 댁에서 있었던 이야기 아닐까? 아들이 준비한 안마와 설거지 쿠폰이나 머리핀을 준비한 아빠까지... 호호 언제 여쭤봐야겠다.ㅋㅋ 요 이야기 읽고 나니까, 나도 남편한테 생일선물로 머리핀이 받고 싶다.^^ 

아이들이 내린 3요병의 치료법은?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라는 말을 쓸 때마다 잔소리 하고 벌을 주겠다는 채연,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서 3요를 쓰지 않게 한다는 승혁, 3요를 쓰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는 차별화 정책을 쓰겠다는 준이, 3요마녀한테 보내버린다는 선우, 3요를 쓸 때마다 싫어하는 음식을 주고 3요를 안 쓰면 좋아하는 게임을 하게 한다는 승호, 3요를 말할 때마다 껌을 씹게 한다는 석호, 3요를 쓰면 책을 읽게 한다는 상훈이, 매를 맞거나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먼저 풀어 줘야 한다는 준서, 무슨 말이든지 3요로 대답하게 해서 질리게 하겠다는 치완이... 아이들은 상벌을 적용하는 범위에서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사실은 자기가 싫어하는 걸 벌로 주거나 엄마 아빠에게 바라는 소원을 처방으로 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중에 압권은 ADHD 치료중인 1학년 00이의 답변, 엄마들이 쉽게 내리는 처방이 아닐지... 



이건 녀석의 형 4학년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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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뻐요. 봄에 맞는 표지 색상까지,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겠어요.

순오기 2010-02-26 00:36   좋아요 0 | URL
아이들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봄맞이 책이죠.^^

hnine 2010-02-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써놓은 것을 읽으니 그냥 마음의 응어리가 다 휘리릭 풀리는 느낌입니다. 예뻐요.
제 아이는 요즘 "까먹었어요."라고 말하는 버릇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제가 못하게 하는데,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게 아닐까,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니 그냥요 라고 하는게 아닐까, 싫으니까 싫어요라고 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드네요. 제가 이렇게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순오기 2010-02-26 00:38   좋아요 0 | URL
하하~ 아이들 마음이 들여다 보이나요?
정말 싫어서, 몰라서 대답하는데 어른들이 공연히 화를 내는지도 모르지요.ㅋㅋ

L.SHIN 2010-02-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학년의 대답이 참 현명하군요.
나는 저 나이 때, 동네의 새로운 놀이터 발견에 흠뻑 취해 있었다눈...-_-
어른이 물을 때 '몰라'하고 퉁명하고 무심하게 몇 번 대답했다가 무지 혼났던 기억이
나는군요..^^;

순오기 2010-02-26 00:39   좋아요 0 | URL
자기도 당해봐서 안다고...제법 동생을 설득하고 있어요.^^
요즘은 다들 학원다니느라 놀이터에서 노는 초딩 찾기도 힘들어요.ㅜㅜ

가시장미(이미애) 2010-02-26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ADHD 아이의 글은 좀 슬프네요. ㅠ_ㅠ
얼마전에 복지관에서 사회성치료를 하면서 ADHD 아이들을 접한 적이 있는데.. 많이 힘들고 고생스러웠어요. 통제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아이들 스스로도 마음의 병이 있어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마음도 아프고..그랬답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뵈어요. 잘지내셨죠? ^^

순오기 2010-02-26 02:03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지난 6월부터 저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이가 선생님이 좋다고...6학년까지 보낸다네요.
인정받은 건 좋지만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저 아이 엄마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니 괜찮아요.

현호는 벌써 돌도 지나고...가시장미님 봄이예요.^^

향기로운 2010-02-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이 책이 도착해서 오늘 아이들보고 읽게 했는데, 두 녀석이 조용히 잠만 자네요^^;; 날이 밝으면 함께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2-27 14:01   좋아요 0 | URL
읽어줘도 좋아할 책이지요. 엄마들이 아이 맘을 알아준다는 차원에서도.^^

같은하늘 2010-03-0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을 탐내고 있어요.^^

순오기 2010-03-02 22:0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