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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개정판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강미경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지난 주에 열심히 포토리뷰를 작성하다 에러가 나서 날라가 버렸다. 흥~ 쳇~ 왜 포토리뷰는 임시저장도 안된다 말이냐고? 두세 번 당하고 나니까 포토리뷰 쓰기가 싫어진다고!!ㅜㅜ 이 책은 그림이 압권이라 포토리뷰가 제격이지만, 같은 일 또 당하기 싫어 일반 리뷰로 올린다.
범죄 추리소설의 대부라 불려도 마땅한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세 살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앨런씨에게 입양되어 중간 성이 'Allan'이 되었다. 하지만 의붓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불화했다니 안타까웠고, 열세 살 밖에 안된 사촌 버지니아와 결혼했다는 건 충격이다. 공포, 우울, 불쾌 등의 정서를 가진 괴팍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그를 짐작하는 것도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표지와 속지에 그려진 그림만 봐도 이 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림도 섬뜩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한 책읽기로는 딱이다. 학창시절 읽었던 추억도 되살리고 청소년 자녀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포의 작품 중 '어셔가의 몰락'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 '검은 고양이' 아닐까 싶은데, 단편의 매력을 이만큼 살려낸 작품도 흔치 않을 듯하다. 자기가 사랑하던 고양이를 학대하는 이 남자, 한쪽 눈을 찍어버린 것도 부족해 결국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기까지 했다. 죽은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가 따라와 키우게 되지만, 목을 조여오는 죄의식에 더 큰 죄를 저지르고 태연하게 묻어 버리는 이 남자. 아내의 실종신고에 집을 살피러 온 경찰이 허탕치고 돌아갈 때, 완전범죄를 확신하고 득의만만하게 뱉어 낸 행동에 들려온 고양이 울음소리~ 오, 기막힌 반전이다.
꼼짝할 수 없이 묶인 채 서서히 몸 가까이 다가오는 칼날을 지켜봐야 하는 '나락과 진자'는 공포 자체다. 흉기가 직접 몸에 닿아 죽는 것보다 자신의 죽음에 무방비로 놓여진 공포감이 먼저 죽게 하지 않을까? 죽음의 고통보다 더한 서서히 '죽음을 맛보는' 공포감이라니, 오~ 끔찍해라!
산채로 매장당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때이른 매장'은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줘, 오싹한 죽음의 간접체험에 진저리 쳐진다.
책의 삽화는 흑백의 그림으로 간간히 튀어나와 독자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40세에 맞은 포의 죽음은 사망원인과 무덤의 위치조차 미스테리로 남았다니, 그의 작품과 삶이 모두 남다른 듯... 이젠 처서가 지나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싶다면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