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토요일 아침, 며칠 전 대장암 수술을 한 시아버님 간병하러 병원가려는데 큰딸한테 문자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어! 나 연락받고 잠이 싹 깼어, 무서워!"
병원행 버스타러 가면서 전화했더니 자기가 꿨던 꿈 때문에 무섭다고 했고,
지난 4월 21일 노무현 대통령 꿈을 꿨다면서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새벽 어슴푸레한 분위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 둘이 있었는데, 그 분이 결단을 내렸다는 걸 알고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래도 결단을 내리니까 마음은 편하시죠?"
그 분은 결단을 내리니 마음은 편하다고 했지만 웃지는 않았다면서, 그 결단이란 게 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대화가 더 이어졌지만 비공개...) 그 후 검찰소환으로 조사를 받았고, 결단이 검찰출두는 아닌 것 같다며 5월 7일에 내려와서 말했었다.
우리 딸은 이 꿈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보니 꿈에 보였던 어슴푸레한 배경이랑 결단했다는 말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을 의미하는 거였나 보다.
병원에 있는 28시간 동안 주야장창 나오는 TV뉴스에 정말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환자들이나 가족들 모두, 수천억을 해먹고도 떵떵거리고 사는 그 인간들이말로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이라며 노무현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왜 무엇 때문에 죽어야 했는가? 그야말로 양심 있는 사람이고, 자기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 정권을 탓하면서도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나 역시, 그를 향한 첫사랑이 퇴색했고, 일정 부분은 버렸기 때문에 책임없다고 말 못한다. 무조건 편들거나 동정하지 않으며 냉정하려고 했지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오늘 독서모임에서도 회원들 모두 아무 것도 할 수없는 공황상태라 목요일로 예정된 시낭송행사를 다음주 금요일로 연기했다.
88년 5공 청문회를 지켜보며 노무현에 필이 꽂혔고, 2003년에 나온 '패자의 역사' 를 보면서 광해군과 노무현을 비교한 부분에 공감했었다. 그를 지지하다가 '광주에 살더니 전라도 사람이 다 되었다'고 서울 친구들한테 욕을 먹기도 했었다. 중앙일보 기자인 동창은, 기자들만 안다는 숨겨진 노무현 스캔들까지 들먹이며 나를 공격했었다. 그 친구, 지금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돌콩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같은 동화로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아는 노무현의 성장과정을 미화하거나 부풀리지 않은 책으로 작고 야무져서 '돌콩'으로 불렸단다. 현재 절판이지만 초등학교도서실에는 있을 책이다. 나도 2003년 초등도서실에서 봤으니까...
한국의 링컨 노무현이란 제목을 보니 좀 미화되고 과장된 위인전류가 아닐까?
길다고 할 수는 없는 4년이라는 시간에 '청문회 스타'라는 뜻밖의 행운과 '낙선'이라는 커다란 좌절까지 모두 경험했던 정치 생활을 차분히 정리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잘잘못을 가리고 반성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하나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라를 걱정한다'는, 어울리지도 않고 쑥쓰럽기만 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또 독자들이 정치판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알라딘 책소개 저자의 말)
이 책은 자연인 노무현을 아는데 도움이 될 듯해 사봐야 겠다.
노무현만큼 뜨거운 사랑과 질책, 국민적 애증을 받은 대통령도 없을 듯하다. 그의 삶이 그랬듯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들이 엇갈린다. 고향 마을에서 자연인으로 사는 대통령을 갖기엔 우리 죄가 많은가 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이 장면을 생각하며 가족장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
|
|
|
1973년 9월 23일, 네루다는 산타마리아 병원에서 최후를 맞았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산크리스토발 언덕 기슭에 있는 네루다의 산티아고 집은 약탈당하고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죄다 박살이 나고, 수도꼭지를 틀어놓아 집이 잠겼다.
조문객들은 그 난장판 속에 네루다의 시신을 안치해 놓고 밤을 지새웠다.
봄밤이 소슬하여 영구를 지키는 이들은 동이 틀 때까지 끊임없이 커피를 마셨다. 새벽 3시경 검은 옷을 입은 한 처녀가 통행금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산크리스토발 언덕을 기어 와 합류했다. 다음 날 스산한 해가 떠올랐다.
산크리스토발 언덕에서 공동묘지까지 가는 동안 장례 행렬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마포초 강변의 꽃 장수 여인들 앞을 지날 때는 죽은 시인과 아옌데 대통령을 기리는 구호들이 터져 나왔다. 군부대가 착검을 하고 행렬을 주시하며 따랐다.
네루다의 묘 주변에서 장례식 참가들은 '인터내서널을 합창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159~160쪽-
|
|
|
|
 |
노무현을 주제로 검색하니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뜬다. 책 제목만 살펴 봐도 그가 국민적 애증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을 듯......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소신으로 살았는지, 도덕성 상실이란 치명적인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있고 이해할 것도 있으리라. '노무현은 사망했다'는 자신의 블러그에 남겼던 본인의 글처럼 정치적 사망뿐 아니라 자연인 노무현의 사망이 가져 온 엄청난 충격은, 오히려 그를 영원히 살게 할 거 같다.






































여기에 안 담은 책도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그는 이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담겨 있으리라!
< 5. 25 경향신문에 실린 추모의 글 >